최나연 “돈엔 관심없어요…한 단계 점프가 새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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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1일 07시 00분


2008년 이후 5년 만에 우승 없이 2013시즌을 끝낸 최나연이 새해 “한 번 더 뛰어오르겠다”며 굳은 결심을 했다. 3주 가까이 휴식을 취하고 지난 12월 28일 미국으로 떠난 최나연은 새로 짠 동계훈련 프로그램에 맞춰 땀을 흘리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2008년 이후 5년 만에 우승 없이 2013시즌을 끝낸 최나연이 새해 “한 번 더 뛰어오르겠다”며 굳은 결심을 했다. 3주 가까이 휴식을 취하고 지난 12월 28일 미국으로 떠난 최나연은 새로 짠 동계훈련 프로그램에 맞춰 땀을 흘리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최나연, 우승없는 지난 시즌 잊고 새 희망을 쏜다

두려움도 크지만 변화해야 할 타이밍
박인비 약혼자 팁 따라 퍼터교체 성공
동계 훈련프로그램도 체력 강화 집중
우승 부담 털고 다시 날아오를겁니다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뛰어 오르겠다.”

최나연(27·SK텔레콤)이 굳은 결심을 했다. 새해 더 높이 뛰어오르겠다며 오른손을 굳게 쥐었다.

갑오년 새해가 밝았지만 최나연은 그리 편치 않다. 2013년 미 LPGA 투어에서 상금랭킹 9위(92만9964달러)에 올랐지만 썩 만족스러운 성적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5년 만에 우승사냥에 실패했고, 2008년부터 이어온 5년 연속 상금 100만 달러 돌파 행진도 멈췄다. 그러나 훌훌 털어내기로 했다. 최나연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 “돈은 관심 밖…더 성장하는 모습 보여주겠다.”

최나연은 한국여자프로골프를 대표하는 ‘에이스’다. 팬들의 바람은 우승이다. 2013년을 돌아본 최나연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쫓겼던 것 같다”고 정리했다.

“2012년과 2013년 성적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되짚어보면 동료선수들의 성장(특히 박인비)이 두드러졌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성적을 내고도 우승이라는 결승점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돈은 관심 밖의 일이다”라고 잘라 말한 뒤 “올해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최나연이 2014년 세운 목표는 지난해보다 한 계단 더 올라서는 것. 그는 “1차 목표는 팬들에게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변에서 ‘슬럼프가 아니냐’는 말도 들리는 데 그럴 때 속이 상한다. 한 번 더 뛰어 오르겠다”며 각오를 단단히 했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운 이유가 있다. 과거 골프여제로 군림했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퇴)을 예로 들었다.

“1등이라는 자리가 오르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어렵다. 소렌스탐은 (여제로 군림하면서도) 매 대회 54타를 치는 목표를 갖고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목표가 없으면 프로가 아니다. 1위(2010년 상금왕)에 오르면 또 다른 목표를 찾아야 하고 이뤄야 한다.”

● “변화 두렵지만 지금이 기회”

최나연은 2014년 시작과 함께 두 가지 작은 변화를 줬다.

첫째는 장비 교체다. 이미 지난해 12월 대만에서 열린 스윙잉스커츠 대회 때부터 퍼터를 교체해 출전했다. 첫 시험무대는 성공적이었다.

“헤드가 큰 퍼터를 쓰지 않다가 몇 년 전부터 바꿔 사용했다(11월까지 보비그레이스의 말렛형 퍼터를 사용함). 그 퍼터를 사용해 좋은 성적을 냈고, 주변에서도 퍼팅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나에게 꼭 맞는 건 아니었다. 큰 헤드의 퍼터를 쓰면 퍼팅할 때 헤드를 낮게 유지해야 하는데 억지로 만들어 치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가 대만 대회 때부터 일자형 퍼터로 교체했다. 스트로크 하는 게 훨씬 편해졌다. 헤드를 억지로 낮게 유지하지 않아도 되고 백스윙 동작에서 헤드를 살짝 들어올리는 게 편해졌다. 잘 바꾼 것 같다.”

최나연이 퍼터를 바꾸게 된 배경 뒤에는 박인비(26·KB금융그룹)의 약혼자 남기협 씨의 조언이 있었다. 평소 최나연의 퍼팅을 눈여겨보던 남 씨가 퍼터 교체를 제안했다. 남 씨는 프로골퍼 출신으로 박인비의 스윙코치이기도 하다. 퍼터 교체를 망설이던 찰나에 남 씨의 말 한마디가 더해지면서 망설임 없이 교체하게 됐다.

두 번째 변화는 새로운 동계훈련 프로그램이다. 스윙연습 시간을 줄이고 체력훈련을 늘렸다.

“작년까지는 5∼6주 정도 체력훈련을 실시해왔는데 올 겨울에는 9∼11주로 계획을 잡았다.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몇 년을 더 내다보고 결정한 일이다.”

최나연은 미 LPGA 투어에서 6년을 보냈다. 경험이 쌓여가면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첫 걸음이 ‘체력’이다.

그는 “매년 경기를 뛸 때마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적이 되다보니 해를 거듭할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체력훈련을 더 많이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것 같다”라고 체력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해왔던 최나연에겐 큰 결단이다. 그는 “두려움도 있지만 기대가 크다”며 자신의 계획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었다.

최나연은 “짧은 시간 동안 코치나 스윙, 클럽을 바꿔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보다 체력훈련을 통해 성적이 좋아지는 선수가 더 많다. 그런 점에서 나에겐 지금이 변화를 줄 타이밍이다. 2013년 아쉬운 성적을 냈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마음을 결정했으니 이제는 노력으로 실천하는 문제만 남아 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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