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스타 플러스] 이재우, 누구도 예상 못한 ‘생애 최고의 5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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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7시 00분


두산 이재우가 28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5회초 2사 후 삼성 김태완이 원 바운드 볼에 헛스윙하자 심판을 향해 삼진임을 어필하고 있다. 이재우는 이날 5이닝 2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팀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두산 이재우가 28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5회초 2사 후 삼성 김태완이 원 바운드 볼에 헛스윙하자 심판을 향해 삼진임을 어필하고 있다. 이재우는 이날 5이닝 2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팀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두산 이재우

2차례 팔꿈치 수술…오랜 재활 끝 복귀
올 선발등판 11번 중 5이닝 경기 5번뿐
LG와 PO 2차전도 부진…믿음 멀어져
KS 4차전 5이닝 2피안타 무실점 ‘감동’


두산 이재우(33)가 ‘투혼의 인생투’를 선보이며 팀에 한국시리즈 3승째를 선물했다. 이재우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삼성을 맞아 5이닝 2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탈삼진은 무려 8개. 두산은 이재우의 호투를 발판 삼아 1회 뽑은 2점을 지키는 데 성공하며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이재우는 2차례나 팔꿈치 수술을 하는 불운을 겪으며 ‘던질 수 없는’ 신세였다. 오랜 재활 끝에 올 시즌 복귀했지만 연투는 부담스러웠다.

시즌 초반 마무리로 낙점됐던 홍상삼의 컨디션 난조로 이재우가 잠시 마무리 보직을 맡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었다. 이에 김진욱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이재우를 선발로 돌렸다. 부상 여파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5이닝만 확실하게 막아달라’는 것이 김 감독의 의중이었다. 이재우는 11차례의 선발 등판에서 3승2패, 방어율 4.70을 기록했다. 이 중 5이닝을 채운 경기는 5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무실점 경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4선발 보직을 맡았으나, 큰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앞선 등판이었던 17일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섰으나 1.2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번 한국시리즈 4차전이 타격전으로 예상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재우는 28일 ‘생애 최고의 5이닝’을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1km에 불과했지만 ‘혼을 담은’ 좌우 코너워크로 삼성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5회초 삼성의 세 타자(정병곤·배영섭·김태완)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두산에게나, 삼성에게나 4차전 승리는 간절했다. 1·2차전 승리 후 3차전을 내준 두산은 4차전마저 패할 경우 자칫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내줄 위기였다. 반대로 삼성은 4차전을 잃게 되면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의 꿈을 접어야 할 처지였다. 시리즈의 향방을 가늠할 4차전에서 이재우는 ‘5이닝만 확실하게 막아달라’는 김 감독의 바람에 인생 최고의 피칭으로 화답했다. 이로써 두산은 2001년 이후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 두산 이재우=‘내 인생에도 이런 날이 있나’, 그런 마음이다. 오늘 (스트라이크)존이 좁은 느낌이어서 힘들었다. 그러나 ‘제발 나를 바꾸지 말았으면, 내가 막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위기를 잘 넘긴 것 같다. 오늘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악 소리를 내면서 공 하나 하나 혼신을 다했다. 그래서 하늘이 도와준 것 같다. 3년간 재활을 했다. 팔꿈치 수술을 2번 했는데, 매일 아침 이천으로 출근해서 재활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잠실|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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