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김은실 대리 “목동의 감동, 함께 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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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7시 00분


넥센 김은실 대리. 스포츠동아DB
넥센 김은실 대리. 스포츠동아DB
넥센 김은실 대리가 故 이화수 대리에게

화수 씨, 저 김은실(사진)이에요. 오랜만에 이름을 불러 보네요. 그 곳에서 잘 지내고 있나요. 우선 기쁜 소식부터 전해야겠어요.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목동구장에 가을이 왔어요. 우리 넥센 히어로즈가, 마침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거든요. 설레고 벅찬 마음을 조용히 달래보다가, 문득 화수 씨가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화수 씨 아내분께 ‘이제 힘들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날 말이에요. 중환자실에 가서 화수 씨의 수척한 모습과 마주하는 순간, 떠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이런 걸까 싶어 뭐라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팠어요. 그런데 그게 결국 마지막이 되고 말았네요. 그날 저녁, 목동구장에서 경기가 있었죠. 여느 때처럼 방송실에서 장내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경기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어요. ‘넥센 히어로즈 홍보팀 이화수 대리 영면.’ 그 순간의 까마득한 심정을 대체 무슨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시간이 흐르고 경기가 끝났는지도 모르겠어요. 자꾸 눈물이 흐르고 목이 메어서, 마이크를 잡고도 계속 말을 잇지 못했던 기억이 날 뿐이에요.

그러고 보니, 그 일주일 전 화수 씨에게 마지막 이메일을 받았었죠. 맞춤법 한 번 틀린 적 없는 사람이 그날따라 오타가 너무 많아서 의아했거든요. 나중에야 몸이 너무 많이 아파서 모니터를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키보드를 한 자, 한 자 겨우 두드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고통으로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할 때조차, 회사 일을 챙기려고 마음을 썼던 화수 씨를 생각하니 지금도 고맙고 가슴이 아픕니다.

이곳에는 여전히 화수 씨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요. 암 투병 중에도 늘 주변을 먼저 챙겼던 화수 씨의 애정과 책임감, 그리고 무엇보다 늘 웃던 그 얼굴과 따뜻한 배려를 저처럼 잊지 못하시나봐요. 그러고 보니 저야말로 끝까지 못한 말이 있네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화수 씨는 내게 최고의 동료였다는 얘기 말이에요. 목동구장이 가을야구로 들썩거리는 이 순간을 화수 씨가 봤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싶어 새삼 눈물이 나네요. 떠나기 전에 너무 많이 아팠죠? 부디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기를 기도할게요.

(고 이화수 대리는 2010년 6월 25일, 만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넥센 홍보팀이 보내는 이메일의 끝에는 김기영 팀장, 김은실 대리, 김재웅 사원의 이름과 함께 여전히 ‘이화수’라는 세 글자가 붙어 있다. 비록 곁에는 없어도, 히어로즈 홍보팀 안에서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리의 아내는 8일과 9일 목동구장을 찾아 남편이 그토록 사랑했던 팀의 첫 가을잔치를 대신 함께 했다)

정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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