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2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어낸 최고의 축구스타 라이언 긱스(4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화려한 경력을 지닌 그가 끝내 이뤄내지 못한 것 중 하나는 웨일스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그에게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웨일스보다 전력이 강한 잉글랜드 소속으로 뛸 경우 긱스는 월드컵 본선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잉글랜드보다는 어머니와 내가 태어난 웨일스 소속으로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게 행복하다”며 거절했다. 그는 결국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하고 2007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제2의 긱스’로 불리는 웨일스 대표팀의 에이스 개러스 베일(24·토트넘)도 긱스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시즌 베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21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축구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그는 현재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수많은 유럽 명문 구단의 ‘영입 희망 1순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웨일스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웨일스는 9개조로 나뉘어 치러지는 유럽지역예선에서 27일 현재 A조 4위(승점 6)에 머물러 있다. 유럽지역예선에서는 각 조 1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각 조 2위 중 성적이 가장 떨어지는 1개 팀을 제외한 8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러 4개 팀이 본선에 합류한다. 예선 4경기를 남겨둔 웨일스는 2위 크로아티아(승점 16)와의 승점 차가 10점이어서 본선 진출이 힘겨운 상황이다. 베일의 기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꽃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없다. 웨일스에서 더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 나오지 않는 한 ‘긱스의 불운’은 베일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득점 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포르투갈)도 브라질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예선 7경기를 치른 포르투갈은 F조 1위(승점 14)에 올라 있기는 하지만 경기 수가 적은 2위 러시아(5경기·승점 12)와 3위 이스라엘(6경기·승점 11)에 근소한 승점차로 앞서 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순위가 하락할 수 있다.
현재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국가는 개최국 브라질과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통과한 한국 일본 이란 호주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각 대륙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국가’라는 명예와 함께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다. 본선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조별리그 배당금과 월드컵 준비 자금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월드컵의 배당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조별리그 출전 배당금이 800만 달러(약 92억 원), 월드컵 준비 자금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였다는 것을 고려할 때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국도 돈방석에 앉게 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