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의 양키스타디움 방문은 쉽지 않았다. 첫날은 비로 연기됐다. LA 다저스의 양키스타디움 마지막 경기는 1981년 월드시리즈 6차전이었다. 당시 다저스가 4승2패로 이겼다. 다저스가 양키스와 월드시리즈에서 11차례 맞붙어 세 번째 승리를 챙긴 해였다. 두 팀은 인터리그 도입 후 6차례 맞붙어 3승3패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6경기 모두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렸다.
19일(한국시간) 류현진이 등판할 예정이었던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20일 더블헤더로 다저스와 양키스의 라이벌전이 벌어진다. 메이저리그 더블헤더는 국내 프로야구처럼 첫 경기가 끝난 뒤 30분 후에 벌어지는 게 아니라 제1경기 관중이 다 나간 뒤 제2경기는 예정된 시간에 열린다.
류현진은 더블헤더 첫 경기 현지 시각 오후 1시(한국시간 20일 오전 2시) 경기에 등판한다. 두 번째 경기는 오후 7시다. 19일(한국시간) 경기 취소로 류현진과 맞붙을 선발투수가 바뀌었다. 당초 필 휴즈(3승5패· 평균자책 4.89)에서 일본인 구로다 히로키(6승5패·2.78)로 교체됐다. 구로다 본인이 낮 경기를 원했다고 한다. 필 휴즈는 제2경기 선발로 나서 부상에서 돌아온 다저스의 크리스 카푸아노와 맞붙는다.
류현진으로서는 동부 원정 두 차례 경기에서 비로 하루씩 등판이 연기되는 셈이다. 4월 20일 볼티모어 방문 경기도 우천으로 연기돼 7일 만에 등판한 바 있다. 비록 승패는 없었지만 6이닝 8안타 5실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 실점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13일 애리조나와의 경기 이후 7일 만의 등판이다. 6일 이상 휴식 후 등판한 3차례 경기 내용은 평균보다 좋지 않다. 1패에 평균자책점 3.15다. 류현진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2.85다.
양키스타디움에서 맞붙을 구로다는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에서 11년 동안 활동한 뒤 2008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했다. 당시는 메이저리그가 일본 선수를 경쟁적으로 영입했던 시기였다. 구로다는 2007년 12월에 3년 총액 3530만 달러에 계약했다. 거의 같은 시기 시카고 컵스는 주니치 외야수 후쿠도메 고스케와 4년 4800만 달러에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땅을 쳤다. '먹튀'였다. 메이저리그도 이제 일본 선수에 대한 거품은 많이 빠진 상태다.
그러나 구로다는 38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평균 구속 150km의 빠른 볼을 던지고 있는 팀의 기둥 투수다. 다저스에서 4년 활동하며 41승46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한 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양키스로 옮겼다. 지난 시즌 16승11패에 평균자책 3.32를 마크하며 구단과 연봉 150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양키스로서는 아주 헐값에 2년 동안 구로다를 긴요하게 쓰고 있다.
이날 비로 취소되기 전 양키스의 선발 라인업을 보면 류현진의 승산은 충분하다. 양키스는 3번 타자 2루수 로빈슨 카노(홈런 16개)를 제외하면 두자 릿수 홈런타자가 타율 0.230의 우타자 버논 웰스(10개)뿐이다. 양키스는 중견수 커티스 그랜더슨, 3루수 케빈 유킬리스, 1루수 마크 테셰이라, 유격수 데릭 지터 등 주전들이 대거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하지만 선발 구로다가 만만치 않다. 다저스 타선 역시 고액 연봉자들이 무기력하다. 양 팀 선발 투수들이 현 평균자책점의 피칭을 이어가면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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