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물 스파… 적외선 찜질… 전기침… 말 팔자가 상팔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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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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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몸입니다. 안 아프게 놓아주세요.” 경주마가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재활센터에서 신경통 치료를 위해 전기침을 맞고 있다(왼쪽). 유연성 강화에 효과가 있다는 적외선 광열 찜질을 받고 있는 경주마(가운데). 경주 후 무릎과 발목 피로를 해소하려 차가운 소금물 스파 욕조에 들어간 경주마. 한국마사회 제공
“귀한 몸입니다. 안 아프게 놓아주세요.” 경주마가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재활센터에서 신경통 치료를 위해 전기침을 맞고 있다(왼쪽). 유연성 강화에 효과가 있다는 적외선 광열 찜질을 받고 있는 경주마(가운데). 경주 후 무릎과 발목 피로를 해소하려 차가운 소금물 스파 욕조에 들어간 경주마. 한국마사회 제공
3월 국내 경주마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인 2억9000만 원짜리 말이 나왔다. 국내 프로 스포츠의 웬만한 신인들보다 비싼 몸값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계약금이 2억9000만 원을 넘는 신인은 둘뿐이다. 계약금이 따로 없는 프로농구에서는 1억 원이 신인 최고 연봉이다. 경마인들은 3억 원짜리 경주마 탄생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몸값이 오르면서 경주마가 받는 처우도 달라지고 있다. 빠른 피로 해소를 위해 차가운 염수(소금물) 스파를 하고, 유연성을 높여주면서 근육통 완화에 효과가 있는 적외선 광열 찜질도 받는다. 레이스를 마친 경주마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소용돌이치는 염수 욕조에 20분 정도 다리를 담근다. 신경통과 복통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전기침을 맞고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극초단파 치료도 받는다. 한국마사회가 경주마의 근골격계 재활치료 등을 위해 지난달 문을 연 재활센터에서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말(馬) 팔자가 상팔자인 세상이다.

한국마사회는 재활센터 장비 구입 등에 12억 원을 넘게 썼다. 말 재활치료와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이렇게 큰돈을 들인 이유가 뭘까. 경주마가 몸값이 계속 오르면서 갈수록 귀한 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경주마가 아프거나 다쳐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면 싼값에 승용마로 팔아 치우는 경우가 많았다. 치료라고 해봐야 약물 치료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도핑검사 때문에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는 날은 1년에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마주(馬主)들은 무턱대고 기다려야 하는 경주마의 장기 휴양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다쳤다고 싼값에 팔아넘기기에는 속이 쓰릴 만큼 경주마의 몸값이 올랐다. 무작정 휴양을 보내기도 난감하다. 체력 소모가 커 많아야 한 달에 2번 정도 출전하는 경주마가 몇 달씩 휴양을 가면 1년에 출전할 수 있는 날은 얼마 없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 말보건원의 전형선 수의사는 “경주마의 값이 오르면서 컨디션 관리와 재활치료의 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다리 힘줄 부상을 회복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가 걸렸지만 이제는 두세 달 만에도 회복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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