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세계선수권 우승]여왕은 연아뿐… 라이벌은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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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개월만에 화려한 귀환

아사다 마오(23·일본), 카롤리나 코스트너(26·이탈리아), 그레이시 골드(17·미국), 케이틀린 오즈먼드(18·캐나다)….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전까지 김연아(23)의 ‘라이벌’로 꼽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라이벌은 없었다. ‘여왕’ 김연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모두 부족했다. 한 피겨스케이팅 관계자는 17일 “오늘 경기만 봐서는 김연아가 한두 번 넘어져도 우승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 경기 출전 수가 적어 54위에 머물렀던 세계 랭킹도 18위로 36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 까칠했던 심판도 명품 연기 인정


“10점은 더 받아야 마땅했다.” 15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의 점수가 69.97점으로 발표되자 중계를 하던 ‘유로스포트’의 해설자가 한 말이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심판진은 김연아에게만 유독 까다롭게 굴었다. 김연아가 두 번째 과제로 수행한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심판진은 롱 에지(wrong edge·잘못된 에지 사용) 판정을 내려 0.20점을 깎았다.

반면에 주요 경쟁자들에게는 관대했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점수를 고스란히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고 가산점(GOE)까지 챙겼다. 17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아사다는 두 차례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고 한 차례 롱 에지를 지적받았지만 134.37점을 받았다. 코스트너도 마지막 살코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131.03점을 얻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실력으로 이 모든 벽을 넘어섰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켰고 석연찮은 판정을 받았던 트리플 플립도 완벽하게 구사했다. 김연아는 이날 12개의 과제에서 모두 가산점을 받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9000여 명의 관중은 마지막 스핀 동작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심판진도 이번에는 148.34점을 주며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 20개월 공백도 무색

김연아 2013 세계선수권 우승
김연아는 2011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정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공식 복귀를 선언할 때까지 아이스 쇼 등에만 몇 차례 얼굴을 비쳤다. 그 와중에 맥주 광고에 출연했다가 청소년 음주 조장 논란에 휩싸였고 자신의 교생실습을 쇼라고 비방한 한 대학교수와는 소송까지 가며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빙판으로 돌아온 김연아는 여전히 세계 최고였다. 복귀 무대였던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열린 NRW 트로피 대회에서 거뜬히 200점을 넘겼고(201.61점), 올해 1월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210.77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마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성적으로 제패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연아#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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