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11일 구속 수감된 강동희 프로농구 동부감독(47)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한국 농구의 전설이다. 송도고를 나온 그는 중앙대와 실업팀 기아에서 선수로 뛰던 1980, 90년대 2년 선배인 ‘농구 대통령’ 허재 KCC 감독과 호흡을 맞춰 코트를 쥐고 흔들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프로농구 출범 원년인 1997시즌에는 1인자 허재를 뛰어넘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선수 시절 ‘코트의 마법사’란 별명을 달고 다녔다. 현란한 드리블과 송곳 같은 패스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 불세출의 포인트가드였다. 프로에서 기아와 모비스, LG를 거치면서 2004년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지 어시스트상을 네 차례나 받았다. 프로에서 뛴 8시즌 동안 통산 3738득점, 938리바운드, 220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997년 11월 8일 SBS와의 경기 때 달성한 ‘가로채기 조합의 트리플더블(득점 어시스트 가로채기)’은 국내 프로농구 사상 처음이자 이후로도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가로채기, 블록슛 중 세 가지 부문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해야 하는 트리플더블을 가로채기 조합으로 달성하기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은퇴 후 LG와 동부 코치를 거쳐 2009년 동부 감독으로 프로 사령탑에 데뷔한 그는 내리 세 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 중 두 차례는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성공한 농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1∼2012시즌에 동부를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으면서 선수(1997시즌)와 코치(2007∼2008시즌), 감독으로 정규리그 정상을 밟은 첫 농구인이 됐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역대 최다승(44승)과 최고 승률(0.815), 최다 연승(16연승) 기록을 모두 새로 작성하면서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