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땀의 무게’ 모르는 고장난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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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8일 07시 00분


SK 이만수 감독은 체성분 테스트에서 미달했다는 이유로 재활 중이던 투수 6명을 미국에서 중도 귀국시켰다. 이 감독의 결정을 선수단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스포츠동아DB
SK 이만수 감독은 체성분 테스트에서 미달했다는 이유로 재활 중이던 투수 6명을 미국에서 중도 귀국시켰다. 이 감독의 결정을 선수단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스포츠동아DB
이만수감독 체성분테스트 무엇이 문제인가?
주력투수 6명 캠프 제외…구단서도 우려의 시선
땀흘린 선수가 통과 못하는 기준의 결함 지적도
파워 기르려고 체중 늘린 선수 다시 감량 해프닝
LG·KIA의 체력·체지방 테스트선 무더기 탈락자 없어


SK 이만수 감독의 ‘체성분(체중·체지방률·근육량) 테스트’가 논란을 낳고 있다. SK 선수들은 2012년 페넌트레이스 도중 몇 차례 체성분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결과를 근거로 이 감독은 선수 개개인에게 체성분 기준을 책정해 알렸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1월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수 없다는 엄포도 놓았다. 스프링캠프 전까지 몸을 충분히 만들어오라는 의도였다. 이 기준에는 ‘±알파(α)’까지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특정선수의 체지방률 기준이 ‘17%(±2%)’일 경우, 19%를 넘으면 스프링캠프 참가자 명단에서 탈락하는 방식이다. 체지방과 체중은 기준치보다 마이너스여도 상관이 없고, 근육량은 플러스여도 무방하다. 이 감독은 자신이 선언한대로, 체성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베테랑 포수 박경완을 스프링캠프 참가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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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의 체성분 테스트, 그 후폭풍

박경완에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으로 재활훈련을 떠났던 투수 6명(엄정욱·채병용·박정배·박희수·송은범·김광현)이 무더기로 체성분 테스트에서 탈락하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SK의 주력투수 6명은 결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하고, 25일 귀국했다. 이들은 앞으로 따뜻한 플로리다의 햇살 대신 문학구장의 찬바람을 맞으며 훈련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후폭풍은 거세다. 주축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빠지자, SK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명 가운데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불펜의 핵인 박희수도 포함돼 있어, 한국야구위원회(KBO)에도 비상이 걸렸다. KBO는 결국 박희수를 양상문 대표팀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와 함께 30일 먼저 대만으로 떠나도록 조치했다.

○열심히 훈련했는데도 체성분 테스트 탈락?

문제는 이들 6명의 투수가 모두 재활캠프에서 성실히 훈련을 소화했다는 데 있다. 이만수 감독이 체성분 기준을 만든 의도는 “스프링캠프 전에 개인훈련을 충분히 해서, 실전 모드에 가까운 몸 상태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부단히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의 이번 재활캠프는 2012시즌 중 운영팀에서 답사까지 진행하며 준비했을 정도로, 프런트가 공을 들인 프로그램이었다. 만약 이 감독의 체성분 기준이 선수들의 스프링캠프 준비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라면, SK의 재활시스템에는 중대한 결함이 존재하는 셈이다. 재활캠프에 참가한 선수 6인이 모두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자격조차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성분 테스트의 맹점, 힘 붙이려고 체중 늘린 선수는?

물론 일부 선수들은 “(감량 이후) 몸이 더 가벼워졌다. 부상 위험이 줄어들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경우가 다른 선수들도 있다. A투수는 마무리훈련 과정에서 공에 힘을 싣기 위해, 일부러 체중을 불렸다. 웨이트트레이닝에도 더 신경을 썼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기 위해 다시 감량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많은 운동량을 소화하느라 근육량까지 체중과 함께 줄어 낭패를 본 선수도 있다. 이는 생리학적으로 야구선수의 적정 체성분이 얼마인가라는 논의를 떠난 문제다. 성실히 훈련한 선수들의 의욕과 사령탑에 대한 신뢰도가 걸려있다. LG와 KIA 역시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각각 체력테스트(장거리달리기)와 체지방테스트를 실시했지만, SK처럼 무더기 탈락자는 나오지 않았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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