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넥센 브룸바 “한국서 지도자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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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4일 1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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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넥센 타자 클리프 브룸바(왼쪽)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동아닷컴DB
전 넥센 타자 클리프 브룸바(왼쪽)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지난 1998년 한국프로야구에 용병제도가 처음 도입된 후 지금까지 다수의 외국인 선수가 한국 무대를 밟았다. 그 중 일부는 한국야구의 매운 맛을 보며 실패를 경험했고 또 일부는 출중한 실력을 바탕으로 코리안드림을 일구기도 했다.

이 중 넥센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클리프 브룸바(38)는 타이론 우즈(43)와 함께 한국프로야구를 경험했던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성공했던 타자로 꼽힌다.

2003년 시즌 중 넥센의 전신이었던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무대에 데뷔한 브룸바는 그 해 총 70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3 14홈런 51타점을 기록하며 소속팀의 정규시즌 1위에 큰 보탬이 됐다. 아울러 같은 해 한국시리즈에서도 7경기 모두 출전해 10타점을 쓸어 담으며 현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런 성공적인 한국무대 데뷔를 바탕으로 2004년도 재계약에 성공한 브룸바는 그 해 자신의 야구인생 중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외국인 타자 최고타율(0.343)로 타격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장타율 1위(0.608), 출루율 1위(0.468), 홈런 2위(33개), 타점 2위(105 타점) 등 공격 전 부문 상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현대는 2005년에도 브룸바와 함께하려 했지만 그는 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일본프로야구 오릭스로 이적했다.

브룸바는 일본진출 첫 해에 타율 0.263 19홈런 57타점을 기록하며 나름 가능성을 보였지만 2년 째인 2006년에는 타율 0.223 5홈런 12타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방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2007년 다시 현대로 돌아온 브룸바는 그 해 총 126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8 29홈런 87타점을 기록하며 한국무대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현대 유니콘스 해체라는 아픔을 겪으며 넥센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브룸바는 더 이상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장타력마저 급격히 하락했다. 결국 2009년 시즌을 끝으로 브룸바는 정든 한국을 떠나야만 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브룸바는 2010년 독립리그에서 뛰며 재기를 모색했지만 여의치 않자 시즌 후 은퇴의 길을 택했다. 지금은 오클라호마에서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야구 팬들은 아직도 브룸바를 기억한다. 그가 보여준 호쾌한 타격도 그렇지만 팬들에게 각인된 그의 온순하고 친절한 성품 때문이다.

동아닷컴은 최근 브룸바를 전화 인터뷰 해 한국에서의 추억 및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다.
전 넥센 타자 클리프 브룸바의 세 자녀들. 왼쪽부터 2남 칼슨(6), 3남 캠든(2), 장남 케이든(9). 동아닷컴DB
전 넥센 타자 클리프 브룸바의 세 자녀들. 왼쪽부터 2남 칼슨(6), 3남 캠든(2), 장남 케이든(9). 동아닷컴DB

다음은 브룸바와의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나는 물론이고 부인과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장남 케이든이 지금 몇 살인가? 한국에 있을 때 귀여운 외모 때문에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하. 그랬었다. 케이든이 벌써 아홉 살이다. 둘째 칼슨(Carson)이 여섯 살, 그리고 막내 캠든(Camden)은 두 살이다.”

-슬하에 자식이 두 명 아니었나?

“그랬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 온 후 막내 칼슨이 태어났다. 막내도 장남 케이든이 어렸을 때처럼 잘 생겼다. 하하.”

-은퇴했지만 힘은 여전히 좋은 것 같다.

“하하. 야구하는 힘과 그 힘은 다른 것 같다.”

-케이든이 한국에 있었을 때 당신을 따라 야구장에도 자주 오고 야구를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그런가?

“물론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야구를 할 수 없지만 아이들 모두 야구를 좋아하고 다들 장차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브룸바 2세를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는 건가?

“하하. 아버지의 입장에서야 당연히 그랬으면 좋겠다.”

-지난 2010년 독립리그에서 뛴 것을 끝으로 은퇴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온 후 독립리그에서 뛰며 재기를 모색했지만 부상과 나이 등 여러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은퇴를 선택했다.”

-은퇴 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내가 살고 있는 미 오클라호마주 에드몬드라는 도시에서 야구와 소프트볼을 가르치는 사업(oklahomarfuelathletics.com)을 하고 있다.”

-선수에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하하. 그렇다. 선수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것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나름 재미도 있다.”

-한국을 떠난 지 4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 팬들이 당신의 이름을 기억할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정말인가? 아직도 한국 팬들이 나를 기억해 준다니 고마운 일이다. 나 또한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보여줬던 열정적인 응원을 잊지 않고 있다. 혹 기회가 된다면 한국프로야구 OB팀과 한국을 거쳐간 외국선수 OB팀 간의 경기를 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꼭 불러달라. 나는 반드시 참여할 것이다. 하하.”

-한국에서 많은 투수를 상대해봤다. 가장 까다로웠던 투수는 누구였나?

“임창용(시카고 컵스)이다. 사이드암 투수로는 보기 힘든 빠른 스피드와 볼 끝의 움직임이 매우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임창용이 최근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알고 있나?

“(놀라며) 정말인가? 나이가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도 현역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니 놀랍다. 일본에 진출한 것은 알고 있었는데 미국에도 왔다니 잘된 일이다. 아무쪼록 오랜 시간 현역생활을 이어가며 이 곳에서도 성공했으면 좋겠다.”

-한국의 옛 동료들과는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나?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온 초창기에는 자주 그랬지만 지금은 거의 연락이 끊긴 상태다. 유일하게 전준호(현 NC 코치) 와는 아직도 연락하며 지낸다. 그가 지난해 미국으로 코치연수를 왔을 때 특히 자주 연락했었고 지금도 가끔 연락하며 지낸다. 좋은 친구다.”

-한국을 떠났지만 아직도 한국음식을 즐겨먹는 편인가?

“그렇다. 장모님이 태국 분이신데 그분도 김치를 좋아한다. 장모님이 가끔 아시아 시장에 가시면 잊지 않고 김치를 사오신다. 장모님과 나 뿐만 아니라 부인과 애들 모두 김치를 좋아한다.”

-한국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무엇인가?

“김치와 불고기 그리고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사는 이 곳에는 한국음식을 맛있게 하는 식당이 없다. 그래서 늘 한국에서 즐겨먹던 음식이 그립다.”

-미국선수로는 드물게 한일야구를 모두 경험했다. 두 나라 야구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야구 시장의 규모일 것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팀도 많고 관중이나 시장규모 자체가 크다. 그 외에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차이는 못 느꼈다.”

-한국에서 무려 5시즌이나 뛰었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제였나?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정규시즌 1위는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을 때다. 당시 우리 팀에는 심정수, 박진만, 정민태, 김동수, 전준호, 송지만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나를 비롯해 다수는 은퇴했다고 들었다.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야구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인가?

“한국에서의 시간도 소중하고 행복했지만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서보고 싶어하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해서 첫 홈런을 기록했을 때다.”

-끝으로 한국 야구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한국 팬들이 보여줬던 열정적인 응원과 친절함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늘 그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선수와 외국선수 OB팀 간의 경기를 한다면 꼭 불러달라. 그리고 기회가 된다며 이번에는 선수가 아닌 타격코치의 자격으로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도 해보고 싶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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