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을 꿈꾸던 두환아! 하늘나라에선 꼭 이루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7시 00분


■ 거포 유망주 이두환, 눈물의 장례식

김광현 양현종 등 청소년대표팀 동기들 빈소 지켜
부친 “잠실구장에 묻어달라 할만큼 야구 좋아했다”


하늘에서 시리도록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이두환(24·KIA)은 실낱같았던 생의 끈을 놓았다. 그 이틀 뒤인 23일 낮 12시 서울 원자력병원에선 유족과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이 치러졌다. 고인은 경기도 벽제 승화원에서 화장돼 파주 서현공원에 안치됐다.

미래의 홈런왕을 꿈꾸던 야구 유망주의 죽음은 슬펐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임태훈 이용찬(이상 두산) 이재곤(롯데) 양현종(KIA) 김광현(SK) 등 2006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대표팀 동기들은 빈소가 마련된 21일부터 사흘 내내 친구의 곁을 지켰다. 두산과 KIA 선수들도 장례식장을 찾아 동료의 넋을 기렸다.

고인의 아버지 이광남 씨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고도, 크게 소리 내 울지 못했다. “아들을 먼저 보냈다는 이유로 상복을 입지도, 절을 받지도 못하는 죄인”이라며 자책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이 몇 번이고 북받쳐 올랐지만, “그래도 (이)두환이가 복이 많은 아이다. 마지막에 많은 사랑을 받고 갔다”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발병 이후에도 ‘건강해져서 꼭 야구장에 돌아가겠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아들이었다. ‘내가 죽으면 잠실구장에 묻어달라’고 할 만큼 야구를 좋아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불행이 건장했던 청년의 삶과 꿈을 모조리 앗아갔다. 이 씨는 “야구를 정말 좋아했는데, 꽃도 못 피우고 간 게…. 그게 너무 아쉬워서…”라며 물끄러미 아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동료들도 가슴으로 울었다. 강추위 속에 치러진 장례식에서 친구를 먼저 보낸 이들은 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두환아,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좋아하는 야구를 신나게 해라.”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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