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송신영, 김경문 감독과 20년만에 이어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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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7일 07시 00분


NC 다이노스에서 20년 만에 새 인연을 이어가게 된 송신영(왼쪽)과 김경문 감독. 두 사람이 만들어낼 2013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스포츠동아DB
NC 다이노스에서 20년 만에 새 인연을 이어가게 된 송신영(왼쪽)과 김경문 감독. 두 사람이 만들어낼 2013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스포츠동아DB
NC 지명, 내 가치 인정 받은 것 감사
중앙고 시절 만난 김감독과 한팀 두근
불펜 최고참, 싸움닭 기질 전수 특명
“후배 등 토닥이는 역할도 제가 해야죠”


야구선수에게는 2개의 집이 있다. 하나는 가족과 함께 하는 보금자리, 또 하나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팀이다. 송신영(35)은 최근 이사 운이 텄다. 1년 4개월 동안 무려 3번이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011년 7월 31일 넥센에서 LG에서 트레이드됐고, 2011시즌 뒤에는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한화에 새 둥지를 틀었다. 15일에는 제9구단 NC 다이노스에 ‘특별지명’되면서 다시 팀을 옮기게 됐다. 누군가는 “기구한 운명”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반대로 해석하면, 내가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의미이니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역마살? 이적은 야구인생의 자산!

이삿짐과 씨름한 한해였다. 한화로 이적하면서 대전에 새 집을 장만했던 그는 올 시즌에만 거처를 2번이나 바꿨다. 집 근처의 소음이 너무 심했고, 집 설계가 잘못돼 물이 새기도 했다. 시즌 막판 겨우 안락한 새 보금자리를 구했지만, 이제 다시 창원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주변의 말대로 “역마살이 낀 한 해”였다.

그러나 막상 본인은 이적에 대해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한 팀(현대∼넥센)에서 10년 넘게 뛰다가 다른 팀으로 처음 이적할 때는 당황스럽기도 했죠. 하지만 막상 다른 팀에서도 뛰어보니, 내 시야가 좁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긴 야구인생을 놓고 보면, 결국 다양한 경험도 좋은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송신영의 집에는 다양한 종류의 유니폼들이 있다. 초·중·고·대학 때부터 현대∼넥센∼LG∼한화 시절까지 꼼꼼하게 모아왔다. 이제 또 새 팀의 유니폼이 생긴다. 디자인은 다르지만, 등에는 모두 그의 이름 석자가 아로새겨져 있다. “은퇴를 하면, 집 벽에 유니폼들을 멋지게 걸어놓으려고 해요. 참 자랑스러울 것 같네요. 홈·원정 유니폼이 다르니까, 벌써 10벌이 넘네.”

○벌써 20년, 김경문 감독과의 설레는 재회

송신영은 18일 창원으로 내려가 NC 선수단에 합류한다. 30대 중반에 또 한번의 새 출발. 담담하지만 설렘도 있다. 특히 그는 김경문 감독과의 재회에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둘의 인연은 2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송신영은 중앙고 2학년에 재학 중인 투수였다.

“김경문 감독님께서 잠시 프로에 적을 두지 않고 계실 때, 중앙고 인스트럭터로 오셨죠. 그 때부터 카리스마가 넘치고 멋있으셨어요. 당시 제 진학(고려대)이 이미 결정된 상태였는데, 대학 선배로서 ‘넌 고려대 오면 고생 좀 하겠다’고 겁을 주셨던 기억도 나네요. 프로에 와서도 선이 굵은 야구를 하시는 감독님 밑에서 꼭 한번 야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김 감독이 두산 사령탑을 맡던 시절, 현대와 넥센 유니폼을 입고 있던 송신영은 두산과의 경기에서 유독 강했다. 2007년에는 두산전 7경기(9.2이닝)에서 1승무패1홀드2세이브, 방어율 0.93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 시즌 2군에 있는 동안에도 NC전 4경기(6이닝)에서 10탈삼진 1실점, 방어율 1.50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불펜의 중핵은 물론 고참 역할까지

NC에 특별지명된 선수 가운데 송신영은 최고참이다. NC는 송신영에게 불펜에서의 활약은 물론 베테랑으로서 투수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까지 기대하고 있다. 경험이 많은 데다가 ‘싸움닭 기질’까지 갖춰 맏형 노릇을 하기에 제 격이라는 평가다. 송신영은 “(박)찬호 형과 (이)숭용이 형을 보면서, 그간 최고참의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간에는 중고참으로서 군기 반장을 맡기도 했지만, 이제는 후배들의 등을 토닥여주는 역할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직후 송신영은 비중격교정술을 받았다. 휘어있는 코의 연골 때문에 호흡에 곤란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야구공에 맞은 적이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이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산소공급이 잘 안돼 한 시간에만 수십 차례 깰 정도로, 수면장애를 겪기도 했다. 그는 “올 시즌 성적이 그것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핑계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는 수술과 치료를 병행하며 더 나은 내년을 위해 준비해왔다. 나를 필요로 한 팀에 꼭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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