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딕 아드보카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팬클럽 회장이 내년 시즌 국내 프로축구 구단주로 데뷔한다. 주인공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최대호 안양시장(54·사진). 안양시는 올해 안에 지역 연고 시민축구단을 만들어 내년 시즌부터 프로축구 2부 리그에 참가한다.
안양시의 축구단 창단은 열혈 축구팬인 최 시장과 연고 팀의 부활을 원하던 시민들의 바람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최 시장은 독일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이던 아드보카트 감독의 팬클럽인 ‘아드빅’ 회장을 지냈을 만큼 축구를 좋아한다. ‘아드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진출을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아드보카트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당시 최 시장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중국 상하이 등에서 열린 대표팀 경기에 자비를 들여 쫓아다녔다. 그는 “2006년에는 현장에서 응원하느라 설날을 홍콩에서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장 취임 때부터 팀 창단을 염두에 두었던 그는 “준비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이제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좋아했다.
안양시민들은 연고팀이던 LG 치타스(현 FC 서울)가 2004년 안양을 버리고 서울로 떠날 때 상실감을 맛봤다. 지금까지 FC 서울을 ‘배신자’로 여기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8월 축구단 창단에 대한 시민의 찬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82.5%가 찬성에 표를 던져 지역 연고팀에 대한 강한 향수를 보여줬다.
지난달 구단 창립 이사회를 연 안양시는 올해 안에 사무국 설치와 선수 선발, 감독 선임 등의 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하지만 창단 이후의 구단 운영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시 살림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시의회가 구단 운영에 쓸 수 있는 돈을 조례로 제한했다. 안양시가 구단 운영에 쓸 수 있는 돈은 창단 첫해 15억 원이다. 이마저도 매년 조금씩 줄여 5년이 지나면 100% 구단 자체 수입으로 먹고살아야 한다. 적어도 연간 40억 원가량의 구단 운영비가 필요한 현실에서 해결이 쉽지 않은 숙제다.
최 시장은 “시민 밀착형으로 빠른 시간 안에 자생력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 기업구단과 달리 시민구단은 형편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겠다. 스폰서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했다. 스폰서 유치를 위해 경기가 없는 날에는 선수단이 스폰서 업체를 위한 길거리 홍보, 사인회, 판촉 활동에 직접 참가하는 내용을 후원 계약서에 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구단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선수들이 지역 내 각급 학교와 조기 축구회에 1일 강사로 나가는 것도 검토 중이다. 안방경기 1만 명 관중 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최 시장은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지난달 일본 J리그의 오미야 구단을 방문했다가 시민 밀착형 구단 운영에 적합한 아이디어를 몇 개 얻었다. 우리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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