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박병호 - 신인왕 서건창… 야구 시상식도 ‘넥센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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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험해서 더 달콤한…

2008년 프로야구 각 부문 시상식이 열렸던 11월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당시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홈런왕인 거포 유망주 박병호의 가슴은 새로운 각오로 불탔다. 조만간 함께 무대에 오른 1군 수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고. 지금은 2군을 전전하다 상무에서 군복 차림으로 상을 받았지만 훗날 멋진 양복을 입고 시상식장 곳곳을 누비리라고 말이다.

2012년 프로야구 각 부문 시상식이 열린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박병호는 4년 전 자신과 했던 ‘약속’을 실현했다. 검은색 정장에다 보라색 넥타이를 맨 박병호는 최우수선수상(MVP), 홈런왕, 타점상, 장타력상 등 트로피 4개를 안고 밝게 웃었다. 꿈을 이룬 자의 아름다운 미소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 꿈 이룬 만년 거포 박병호

박병호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91표 가운데 73표를 얻어 다승왕을 차지한 삼성 장원삼(8표)을 제쳤다. 예년과 달리 포스트시즌 시작 전에 투표가 이뤄져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거둔 장원삼과의 격차가 컸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오랜 2군 생활을 하면서 야구를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지금도 피땀 흘리고 있는 2군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동기 부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2005년 LG에 입단했지만 주로 2군에 머물며 빛을 보지 못했다. 급기야 2011년 심수창과 함께 송신영-김성현의 2 대 2 트레이드 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넥센 박흥식 타격코치의 지도 속에 절치부심해 올해 정규시즌에서 홈런(31개), 타점(105개), 장타력(0.561) 등 타격 3관왕에 올랐고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클럽까지 가입했다.

박병호는 MVP(2000만 원), 타격 3개 부문(900만 원) 등 총 29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는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하신 아버지의 차가 30만 km를 넘게 뛰었더라. 아버지 차를 바꿔드리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 MVP-신인왕 싹쓸이 … 겹경사 넥센

넥센은 MVP 박병호와 신인왕 서건창을 동시에 배출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팀이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석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수상소감 막바지에 박병호는 제2의 야구인생을 열게 해준 이장석 넥센 대표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고는 호기롭게 “대표님 다음 시즌 연봉 기대하겠습니다”라는 깜찍 멘트를 날렸다. 이 대표는 대답 대신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2의 박병호’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이란 두 글자를 가슴에 품게 만들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연습생… 방출… 경찰청 탈락… 연습생… ‘서건창 드라마’▼

총 91표 중 79표. 넥센 서건창(23·사진)은 압도적인 지지로 생애 단 한 번밖에 없는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경쟁자인 KIA 박지훈(7표), LG 최성훈(3표), 삼성 이지영(2표)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그는 올 시즌 타율 0.266, 39도루, 70득점으로 팀 공격의 선봉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건창의 야구 인생은 ‘인간 승리’ 그 자체였다. 2008년 LG에 신고 선수(연습생)로 입단했지만 딱 1경기에 나선 뒤 쫓겨났다. 이후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에 지원했지만 그마저도 떨어졌다. 그는 일반 사병으로 병역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초 넥센의 비공개 테스트를 통과해 또다시 신고 선수가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넥센 염경엽 감독(당시 주루코치)의 지도로 도루 실력을 크게 끌어올리며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이번에 신인왕까지 올랐다. 신고 선수 출신 신인왕은 1995년 삼성 이동수 이후 17년 만이다.

넥센 이장석 대표는 서건창의 수상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 대표는 “사실 지난해 서건창이 NC 입단 테스트를 보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우리 팀 비공개 테스트 일정을 NC보다 먼저 하도록 바꿨다. 박흥식 당시 넥센 2군 타격코치가 서건창을 높이 평가했다. 그만큼 서건창이 탐났었는데 그 결실을 맺어 기쁘다. 올해 2400만 원이었던 연봉은 크게 오를 것”이라며 웃었다.

서건창은 “올 한 해는 꿈같았다. 내년엔 출루율과 득점을 높여 꼭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꿈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건창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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