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됐다는 말을 듣고 더그아웃에서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6차전 승리투수인 장원삼이 MVP가 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역대 정규시즌에서 5번(1997, 1999, 2001, 2002, 2003년)이나 MVP를 차지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MVP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엽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마음고생을 지독하게 했다. 4차전 0-0으로 맞선 4회 무사 1, 2루에서 어이없는 주루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당시 2루 주자였던 그는 최형우의 우익수 플라이를 안타로 착각해 3루까지 내달리다 아웃됐다. 자신도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팀의 중심인 그가 ‘멘붕(멘털붕괴)’에 빠지자 삼성도 함께 무너졌다.
이승엽은 만회할 기회만을 기다렸다. 6차전에서 4-0으로 앞선 4회 2사 만루의 기회가 왔다. 그는 상대 투수 채병용의 4구째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원바운드로 맞히는 3타점 3루타를 날렸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깨끗이 털어낸 한 방이었다. 그는 3루 베이스를 밟자마자 큼직한 손동작으로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며 환호했다. 이승엽은 “2스트라이크 이후라 안타 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장타를 쳐서 정말 기분 좋았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더라”며 웃었다.
이승엽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자신에게 ‘100점’을 줬다. 그는 “‘아시아 홈런왕’을 했던 2003년보다 더 소중한 날이다. 성적을 떠나 자신 있게 내 폼대로 스윙을 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최고참답게 투수진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말로만 듣던 삼성의 막강 투수진을 직접 겪었다. 투수들이 3점만 내주면 이긴다고 하더라. 2002년 때보다 타격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우승을 확정짓고 가장 먼저 부모님을 떠올렸다. 특히 2007년 1월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는 “어머니가 보신 마지막 우승이 2002년이다. 지금 계셨으면 아주 좋아하셨을 거다. 어디 계시든 날 지켜주시리라 믿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팀에도, 가족에게도 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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