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 일궈낸 황새 “백 걸음 뛸 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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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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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황선홍 감독, FA컵 우승에 감격의 눈물

20일 열린 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경남 FC를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제치고 지도자로서 첫 우승컵을 거머쥔 ‘황새’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44·사진)은 이날 밤 모처럼 맥주잔을 기울이며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우승하는 순간 본인도 모르게 감격의 눈물을 흘려 ‘황선홍의 눈물’이 인터넷에서 회자됐지만 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다. 이번 우승은 대한민국 최고의 골잡이 출신으로 지도자가 된 뒤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좌절하다 얻은 첫 성과물이다. 그만큼 간절했기에 우승의 순간 눈물이 흘렀고 이제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편안해졌을 터이다.

황 감독이 밝힌 우승의 원동력은 칭찬. 시즌 초반 성적에 급급할 때 선수들이 심리적인 압박을 느껴 플레이가 되지 않자 숙소에 보드를 만들어 특정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도록 했다. 황 감독도 승리했을 때나 선수들이 잘했을 때 “여러분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등 메시지를 남겼다. 선수들에게 직접 특정 문제에 대해 물어봤을 때 제대로 대답을 안 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다. 황 감독은 “성적은 내가 신경 쓸 테니 너희는 즐겁게 공을 차라”며 칭찬릴레이를 이어가자 선수들 표정이 밝아졌다. 심리적으로도 편안해졌다. 그리고 황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기다렸다. 그러자 우승이 찾아왔다. 황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지도자로서 한 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이제 열 걸음, 백 걸음 뛸 수 있게 더 연구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1993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포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포항 레전드’ 출신이다. 2007년부터 맡았던 부산 아이파크를 떠나 2010년 말 포항으로 온 것도 선수 시절의 영광을 지도자로서도 재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황 감독은 “포항으로 오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해 클럽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는 것이 목표였다. 그 꿈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더 큰 날갯짓을 약속했다. 포항은 FA컵 우승으로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포항#황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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