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트 낀 홍성흔 ‘베테랑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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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7시 00분


홍성흔.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홍성흔.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롯데 홍성흔(36)은 프로야구 역사상 선수생활 은퇴식이 아닌 ‘포지션 은퇴식’을 한 몇 안 되는 주인공이다. 2008년 포수 마스크를 벗고 지명타자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11일 사직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부터는 4번 지명타자로 뛰면서 백업포수로도 대기했다. 주전 강민호의 부상 결장으로 백업 용덕한이 2·3차전에 선발로 마스크를 쓴 가운데 롯데의 준PO 엔트리에 포수 경험을 지닌 선수로는 홍성흔만 남았기 때문이다.

홍성흔은 그러나 정작 11일 수비훈련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홍성흔은 “미트 끼고 한 3년 만에 캐치볼 하고 공 받은 것 같다”고 웃으며 “온 몸에 알이 뱄다. 도저히 못하겠다. 그래도 방망이는 쳐야지”라며 그라운드로 걸어 나갔다. 사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홍성흔에게 포수훈련을 지시하지 않았다. 홍성흔 스스로 10일 자율훈련 때 사직구장에 나와 강민호의 마스크와 프로텍터를 빌려 쓰고 쉴 새 없이 공을 던지고 받았다. 양 감독은 “사실 홈에서 주자와 충돌만 없다면, 용덕한이 부상을 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홍성흔이 포수로 나갈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 믿는다. 그래도 스스로 수비훈련까지 하고, 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껴진다”며 대견스러워했다.

홍성흔은 “내가 설마 포수로 나갈 일이 있겠냐?”면서도 하루 전 열심히 포구와 송구 훈련을 했다. 그 탓에 온 몸이 쑤셨지만 “그래도 외야수 훈련보다 수월하다”고 활짝 웃으며 베테랑다운 여유를 잊지 않았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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