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장’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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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0일 07시 00분


투어 2년 차 양제윤이 19일 강원도 홍천 힐드로사이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 17번홀에서 타샷 후 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넵스
투어 2년 차 양제윤이 19일 강원도 홍천 힐드로사이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 17번홀에서 타샷 후 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넵스
양제윤 KLPGA 넵스 마스터피스 우승

광저우AG 앞두고 가세 기울자 프로 전향
홀로 가족 부양…역경 딛고 프로 첫 우승
어머니 “우리 딸이 해냈다” 눈물만 펑펑


“우승이 하고 싶어서 우승하는 꿈을 꾼 적도 있다.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투어 2년 차 양제윤(20·LIG)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넵스 마스터피스(총상금 6억원)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양제윤은 19일 강원도 홍천 힐드로사이 골프장 버치·파인코스(파72·662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1타를 잃었지만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우승했다.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18번홀 그린 옆에서 딸의 우승 장면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사연이 있었다.

양제윤은 2010년 대전체고 3학년 때 프로로 전향했다. 국가대표였던 그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갑자기 집안형편이 어려워진 탓에 어쩔 수 없이 프로의 길을 택했다. 양제윤에게는 가장 아픈 기억으로, 부모에겐 짐으로 남아있다.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컸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프로 전향 후 후원사로부터 계약금도 받고 상금도 탔지만 힘든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여자 프로골퍼들이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평탄하게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가족까지 책임져야 했다.

힘든 환경을 딛고 거둔 첫 우승이라 더 값지다. 양제윤은 “저를 위한 우승도 원했지만 엄마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것 같아 기쁘다”면서 “3라운드를 선두로 마치고 이번에는 제 차례였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것은 저 자신 그리고 모든 분께 한 약속이었다.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4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양제윤은 전반 9홀에서 1타를 줄이면서 2위 그룹에 여유 있게 앞서 나갔다. 그러나 13번홀(파3) 더블보기에 이어 14번홀(파5)에서도 보기를 적어내 한꺼번에 3타를 잃었다. 2위 그룹에 2타 차로 쫓겨 크게 흔들릴 위기였지만 15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더 이상의 추락을 막았다.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받은 양제윤은 시즌 상금 1억8278만원으로 4위까지 껑충 뛰었다.

정하늘(23)과 김다나(23·우리투자증권)는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2위, 시즌 4승에 도전한 김자영(21·넵스)는 합계 1언더파 287타를 쳐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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