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붕∼뜬 김장미, 눈물 쏙 빠지게 혼냈더니 金 명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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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수 감독이 밝힌 뒷얘기

금 3개와 은 2개. 한국 사격은 런던 올림픽에서 경사가 났다. 6일로 모든 일정을 끝낸 사격 대표팀은 7일 귀국을 앞두고 성대한 뒤풀이라도 할 만했다. 그런데 조촐한 모임도 없었다. 평소처럼 밥 먹고 쉬다 짐을 쌌다.

8일 한국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인천공항에서 짐을 맡겨 둔 진천선수촌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뿔뿔이 헤어진다. 변경수 사격 총감독(사진)의 뜻에 따른 것이다. “들뜰 게 뭐 있어. 올림픽 후광은 한 달이면 끝난다. 사격 선수는 들떠서는 안 돼.” 한국 사격의 부흥을 이끈 변 감독으로부터 올림픽 뒷얘기를 들어봤다.

○ 김장미의 금메달 지키기

변 감독은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을 언론으로부터 차단했다. 런던 선수촌에서는 휴대전화까지 빼앗았다. 어찌 보면 이 모든 조치는 어린 김장미(20·부산시청)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4월 프레올림픽 여자 25m 권총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김장미는 깜짝 스타가 됐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한 우유업체는 CF를 제안했다. 변 감독은 “장미가 한마디로 붕∼ 떴다. 근데 사격이란 게 그렇다. 붕 뜨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면 힘이 들어간다. 힘이 들어가면 쏠 점수도 못 쏜다”고 했다.

변 감독은 김장미를 불러 눈물을 쏙 빼놓았다. “네가 잘난 게 뭐냐. 올림픽 메달을 땄냐, 아시아경기 메달을 땄냐. 넌 아무것도 아니다. 네 위치를 알아야 한다.”

김장미는 지난달 29일 열린 공기권총 10m에선 본선 13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날 김장미는 변 감독 앞에서 2시간가량 눈물을 흘렸다. 변 감독은 “그때 장미가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차분해졌다. 됐다 싶었다. 25m 권총에서는 욕심을 버리고 표적에만 집중하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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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손가락 깨물어…”

5일 열린 남자 권총 50m에서 진종오(33·KT)는 금메달을, 최영래(30·경기도청)는 은메달을 땄다. 마지막 한 발에서 메달 색깔이 바뀐 그 경기에서 변 감독은 과연 마음속으론 누굴 응원했을까.

그는 “똑같은 내 자식들인데 누구를 응원했겠어. 집에 가면 딸이 있지만 대표팀에 오면 전부 내 아들, 딸들이야. 잘하면 칭찬하고, 잘 못하면 사정없이 야단치는 것뿐이야. 다들 예쁜 새끼들이니까 똑같이 대하지”라고 했다.

변 감독은 “종오는 누구보다 끈기와 집중력이 좋고, 영래는 차분한 게 장점이야. 장미는 성격이 과감해. 남자 소총 50m 3자세에서 은메달을 딴 김종현이는 인내심이 강해. 저마다의 장점이 있으니까 좋은 성적을 거둔 거지”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휴가는 짧다. 변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을 16일 전남 나주로 소집했다.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내년 대표선발전 겸 봉황기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명색이 올림픽에 나가 메달까지 딴 애들인데 망신당하면 안 되잖아.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런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변경수#김장미#진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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