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3경기 만에… 우생순 ‘죽음의 조’ 탈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강 노르웨이와 무승부… 女핸드볼 8강行 예약

“망했구나 싶었죠.”

경기 종료 1분 9초를 남기고 26-27. 딱 한 점 뒤졌다. 골문 오른쪽 9m 거리에서 온 힘을 다 실어 슛을 던졌는데 골대를 맞고 나왔다. “좀 들어가 주지….”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슛을 날렸던 류은희(인천시체육회)는 수비 코트로 재빨리 돌아왔다. 수비가 상대 공격을 잘 막아냈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제가 핸드볼을 시작한 후로 아마 제일 세게 던진 슛일 거예요.” 종료 35초를 남기고 조효비(인천시체육회)한테서 패스를 받아 죽을힘을 다해 슛을 던졌다. 이번에는 들어갔다. 전광판 스코어가 27-27로 바뀌고 벤치에 있던 동료들은 좋아서 펄쩍펄쩍 뛴다. 남은 35초는 수비를 하면서 죽기 살기로 버텼다.

올림픽 때마다 감동을 선사해 온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1일 런던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 세계 최강 노르웨이와 비겼다. 노르웨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팀이자 지난해 세계선수권 챔피언이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강호 스페인과 덴마크를 꺾었던 한국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히던 노르웨이와 비기면서 승점 5(2승 1무)가 됐다. 2경기를 남겨 놓은 한국은 조 4위까지 오르는 8강 진출을 거의 확정했다.

“복수하려고 했는데 아쉬워요.” 이 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활약한 정지해(삼척시청)는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비겨 아쉬워했다. 정지해가 말한 복수는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당한 패배를 되갚는 것이다. 한국은 당시 노르웨이에 28-29 한 점 차로 져 결승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그는 “선수들끼리 서로 믿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이 정도까지 잘할 줄은 몰랐어요.” 상승세를 탔을 때 점수 차를 더 벌리지 못한 게 마냥 아쉽다. 한국은 후반 초반 3골 차까지 앞서다 추격을 허용해 역전까지 당했다.

스페인과의 1차전 때 무릎을 크게 다쳐 남은 경기 출전이 힘든 김온아(인천시체육회)는 노르웨이전이 열리는 날 아침에 동료들의 방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힘을 불어넣었다. 강재원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김온아가 경기에 나설 수는 없지만 대체 선수를 뽑을 생각이 없다. 김온아가 비록 목발을 짚고 다니고는 있지만 팀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은 3일 오후 7시 15분 프랑스와 조별리그 4차전을 치른다. 프랑스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노르웨이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다.

런던=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런던 올림픽#핸드볼#여자 핸드볼#우생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