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런던 리포트] 오심만 아니었어도…리듬 깨진 박태환 꿈도 깨졌다

박태환. 스포츠동아DB

실격부터 번복까지…긴박했던 4시간

예선 1위 통과 불구 어이없는 실격에 당황
대표팀 1차 이의신청 퇴짜 후에 즉각 항소
볼 코치는 “억울하다” 수영장내 여론몰이
이의신청 훈련했던 KOC 신속 대응 큰 힘
25년만에 첫 판정번복…은메달 값진 수확

실격판정 번복 소동을 뚫고 획득한 값진 은메달이었다. 박태환(23·SK텔레콤)은 28일 오후(현지시간) 런던 올림픽파크 내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2초06으로 쑨양(중국·3분40초14)에 이어 2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쑨양은 아시아기록과 올림픽기록을 세우며 중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 올림픽 경영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날 박태환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운 한국기록(3분41초53)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예선에서의 ‘실격파동’을 딛고, 차지한 은메달이라 의미가 컸다.

○실격판정 직후…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현지시각으로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점. 박태환은 예선 3조에서 3분46초68로 조 1위를 차지했지만, 공식기록에는 실격(DSQ·Disqualified) 표시가 떴다. 박태환은 “이상한 점은 못 느꼈다. 나도 알아봐야겠다”며 서둘러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순간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 SK텔레콤 스포츠단은 분주해졌다. 규정에 따라 안종택 경영대표팀 감독이 경기 종료 후 30분 이전 국제수영연맹(FINA)에 1차로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잠시 뒤 “박태환이 예비구령과 스타트 신호 사이에 정지해야 하는 규정을 어겼다”는 FINA의 심판의견서가 전해졌다. 대한수영연맹은 즉각 항소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판정이 번복되기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박태환, 실격판정 여파로 경기 전 루틴 흔들려

박태환은 경기 종료 후 스윔다운(경기 후 정리훈련)을 한 뒤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전담팀 박철규 의무담당관은 펑펑 눈물을 쏟으며 박태환의 몸을 매만졌다. 전담팀 통역 강민규 씨 역시 눈물을 흘렸다. 이날을 위해 3년간 고생한 전담팀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박태환만큼은 도리어 의연했다. FINA는 “오후 2시30분 상소위원회가 열린다”고 한국 선수단에 전했다. 박태환은 “2시30분 쯤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마이클 볼(호주) 코치의 설명을 듣고, 숙소로 돌아갔다. 선수촌으로 돌아간 박태환은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이었다. 보통 점심식사 이후 1시간∼1시간30분 정도 낮잠을 자지만, 이 또한 건너뛰었다. 경기 전 루틴이 깨진 것이다. 약속했던 오후 2시30분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전담팀은 자포자기 상태였다.

○모두가 백방으로…결국 25년 만에 첫 판정 번복

볼 코치는 수영장 내서 여론몰이에 한창이었다. 이미 박태환의 스타트 장면 동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며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볼 코치의 고국인 호주 지도자들은 물론 일본 지도자들까지도 “왜 실격을 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볼 코치는 안면이 있는 FINA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비디오를 보여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이기흥 한국선수단장(대한수영연맹 회장), 이동운 대한수영연맹 총무이사는 모든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수영장으로 달려왔다. 이들은 FINA 상소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회의실 앞을 지켰다. 대한체육회는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양태영(체조)처럼 오심으로 금메달을 놓치는 일이 다시 일어나면 안 되지 않나. 이미 모든 종목에서 이의신청 시뮬레이션 훈련을 마쳤다”고 했다. 오후 3시30분. FINA 관계자가 이기흥 단장에게 “박태환을 준비시키라”고 귀띔했다. 전담팀에도 이 소식을 전해졌다. 4시간 넘게 마음을 졸였던 박태환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FINA는 오후 4시10분경 판정 번복을 공식 발표했다. 이동운 대한수영연맹 이사는 “판정 번복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비디오 역시 참고자료로 활용될 뿐, 판정 결과를 결정하지는 못한다.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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