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롱런 열쇠”

  • Array
  • 입력 2012년 6월 26일 07시 00분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삼성 오승환은 데뷔 후 단 한번의 선발등판 없이 불펜과 마무리투수로 정상에 올랐다. 이제 서른, 앞으로 오승환이 기록하는 세이브는 모두 한국프로야구의 역사가 된다. 스포츠동아 DB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삼성 오승환은 데뷔 후 단 한번의 선발등판 없이 불펜과 마무리투수로 정상에 올랐다. 이제 서른, 앞으로 오승환이 기록하는 세이브는 모두 한국프로야구의 역사가 된다. 스포츠동아 DB
역대최다S 신기록 눈앞 오승환에게 전하는 ‘원조 소방대장’ 김용수의 조언

“내가 16년 걸린 기록 8년에 달성 대단
하지만 나이 먹으면 파워피칭은 한계

불멸의 기록 위해 제구·완급 보완 필수”

한국프로야구 또 하나의 대기록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한 ‘대기상태’에 돌입했다. ‘끝판왕’으로 불리는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30) 이야기다. 오승환은 23일 목동 넥센전에서 8-5, 3점차 리드를 지키고 개인통산 226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LG의 전설’ 김용수(52) 중앙대 감독이 보유한 역대 최다 227세이브에 1개차로 다가선 것이다.

오승환의 세이브 행진을 지켜보는 원조 소방대장 김 감독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김 감독은 오승환의 신기록 경신과 관련한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반겼다. 김 감독은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다. 대기록이 달성된다는 것은 야구계를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오승환은 전문 마무리의 장을 연 선수다. 내가 16년을 뛰어서 이룬 기록을 7∼8년 만에 이뤘다. 대단한 선수다”라며 미리 축하해줬다.

역대 통산 1위, 227세이브를 기록하며 잠실구장에 등번호 41번을 영원히 남긴 ‘면도날’ 김용수 중앙대 감독은 ‘돌부처’ 오승환(삼성)이 226세이브로 1개차로 다가오자 “기록이 깨지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동아일보 DB
역대 통산 1위, 227세이브를 기록하며 잠실구장에 등번호 41번을 영원히 남긴 ‘면도날’ 김용수 중앙대 감독은 ‘돌부처’ 오승환(삼성)이 226세이브로 1개차로 다가오자 “기록이 깨지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동아일보 DB

오승환과 김 감독의 세이브 기록은 상황 차이가 있다. 오승환은 현대야구에서 보편화된 ‘1이닝 마무리’다. 투구수와 연투 여부에 따라 관리를 받는다.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도 대개 세이브 상황이다. 김 감독은 달랐다. 당시에는 ‘1이닝 마무리’라는 개념이 없었다. 3∼4이닝을 던지는 일이 수두룩했으며 지는 경기에도 등판했다. 말 그대로 ‘노가다’ 피칭이었다. 게다가 선발투수로도 뛰었다. 어영부영 땜질 선발이 아니었다. 선발로 10승 이상을 기록한 ‘에이스’였다. 1998년에는 18승으로 다승왕도 차지했다. 선발과 마무리를 두루 경험한 김 감독과 달리 오승환은 선발 경험이 없다.

전문가들은 김 감독이 오승환과 같이 관리를 받으면서 1이닝 마무리로 활약했다면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남겼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모를 일이다. 250∼300세이브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내가 활약할 때보다 요즘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잘 던진다는 외국인투수들이 와서 괜히 고전하는 것이 아니다. 오승환은 그런 타자들을 압도하면서 세이브 기록을 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오승환에게 세이브 신기록을 돌파하는 지금보다 새 역사를 만들어갈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감독은 “결국은 변화해야 한다. 이미 타 팀들은 오승환의 패턴을 다 읽고 있다. 구위가 워낙 좋아 힘으로 누르고 있는 것이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하나쯤은 더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근력이 떨어지고, 결국 150km대의 직구도 140km대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30대 후반에 들어서면 선발 전환의 권유를 받을 수도 있다. 결국은 변화구와 제구력을 더 보완하고 완급조절을 할 줄 아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오승환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최다 세이브 기록 외에도 한국프로야구 유일의 100승(126승)-200세이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분업화된 현대야구에선 ‘불멸의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김 감독은 이 역시 후배들의 도전을 기대했다. “승환이의 기록 덕분에 내 기록도 주목받는 것 아닌가. 승환이가 하루 빨리 새로운 기록을 세워 새 역사를 만들길 기대하겠다. 100승-200세이브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이 이뤄냈을 때 내 기록이 주목을 받고, 프로야구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