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평정한 이동국, 이제 월드컵을 보다

  • 동아일보

최다골 기록 행진… 이번엔 월드컵 恨 풀까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은 전북 사령탑 시절인 2009년 초 이동국(33·사진)이 성남에서 방출됐을 때 “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주 강했다”고 회고한다. 당시 이동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진출에 실패하고 성남에서도 방출돼 사실상 은퇴의 기로에 있었다. 이동국은 최 감독의 조련 속에 보란 듯이 재기했고 그해 전북에 첫 K리그 우승컵을 안겼다. 지난해 다시 전북을 K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이동국은 여기저기서 러브 콜을 받았지만 사실상 ‘빌딩 한 채 값’을 거부하고 전북에 남아 최 감독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최 감독이 갑작스럽게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며 잠시 헤어지게 됐지만 대표팀에서 다시 만나 함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동국은 요즘 골을 넣을 때마다 K리그 역사를 새로 쓴다. 어린이날인 5일 인천과의 방문경기에서 2-3으로 뒤지던 후반 인저리타임 때 귀중한 동점골을 낚으며 7골로 득점 공동 선두가 됐다. K리그에서 지난달 8일 경남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근 한 달 만의 득점으로 개인 통산 122호. 우성용이 가지고 있던 개인 통산 최다 골(116골)을 넘어선 뒤 계속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

K리그에서 모든 것(우승 득점왕 도움왕 최우수선수)을 이룬 이동국에게 월드컵은 ‘한(恨)’이다. 19세 때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최연소로 승선해 한국을 대표할 골잡이로 꼽혔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 2006년 독일 월드컵 부상 탈락 등 계속 꼬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땐 본선에 나갔지만 2경기에서 교체로 고작 38분을 뛰었다. 그만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거는 기대가 크다.

최근 최 감독이 밝힌 이동국에 얽힌 스토리 중 “동국아! 나하고 마흔 살까지 함께 가자”란 내용이 있다. 이동국이라면 충분히 마흔까지 뛸 수 있다는 확신에 따른 제안이다. 이동국이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면 만 35세로 공격수로는 역대 최고령이 된다. 그래서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하지만 “전북과 대표팀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일도 있을 것”이라며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동국이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본선 사령탑을 거부한 최 감독도 “이동국은 본선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동국은 대표팀에서 최 감독의 신뢰 속에 A매치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의 월드컵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K리그#이동국#월드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