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번 뒤집자고!” 황소와 좀비, 주먹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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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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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이-정찬성 16일 메이저격투기 UFC 동반 출전…
“죽는다는 각오로 둘 다 이겨야죠”

누가 ‘황소’이고 누가 ‘좀비’일까요 “같이 이기고 돌아오자.” 16일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대회 ‘UFC ON FUEL TV’에 동반 출격하는 양동이(왼쪽)와 정찬성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소속팀 코리안탑팀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상의를 벗은 양동이는 “인상은 몰라도 피부는 내가 더 부드러운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양동이가 배꼽 밑에 ‘마초(MACHO)’라고 새겨 놓은 문신이 눈길을 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누가 ‘황소’이고 누가 ‘좀비’일까요 “같이 이기고 돌아오자.” 16일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대회 ‘UFC ON FUEL TV’에 동반 출격하는 양동이(왼쪽)와 정찬성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소속팀 코리안탑팀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상의를 벗은 양동이는 “인상은 몰라도 피부는 내가 더 부드러운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양동이가 배꼽 밑에 ‘마초(MACHO)’라고 새겨 놓은 문신이 눈길을 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둘 중 한 명만 이기면 진짜 곤란하죠.”

16일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대회 ‘UFC ON FUEL TV’에 소속 팀 후배 정찬성(25·페더급)과 동반 출격하는 양동이(28·미들급)는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지는 상황이 올까 걱정된다”고 했다. ‘둘 다 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라고 물었더니 듣고 있던 정찬성이 “꼭 그런 것도 아니다”라며 거들고 나섰다. 경기가 끝나면 함께 비행기 타고 돌아와야 하는데 이긴 사람, 진 사람이 같이 앉아 있기가 아주 어색하고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정찬성은 “둘 다 이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5일 결전지로 떠나는 둘을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코리안탑팀 체육관에서 만났다.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라 불리는 UFC에 한국인 파이터가 동반 출전하기는 처음이다. ‘황소’ 양동이는 브래드 타바레스(미국),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더스틴 포이리에(미국)와 싸운다.

“팬들의 기대가 클 텐데 부담스러워요.” 앞선 2경기에서 화끈한 승리로 격투기계를 놀라게 했던 정찬성은 “이번 경기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양손으로 볼을 문질러댔다. “화끈한 승부도 이겨야 의미가 있죠. 일단은 이기는 게 중요해요. 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싸웁니다.” 그는 지난해 3월 UFC 데뷔전 때 격투기 교본에서나 볼 법한 트위스터 기술로 상대의 항복을 받아냈다. 같은 해 12월에는 UFC 역대 최단 시간 타이인 7초 만에 상대를 때려 눕혀 인기가 급상승했다. 미국에서는 호텔 밖을 돌아다니기 힘들 만큼 사인을 요청하는 팬이 많다. 그는 “자꾸 이기면 국내에도 팬이 많아지겠죠”라며 수줍게 웃었다.

양동이는 사정이 좀 다르다. 정찬성은 UFC 2연승을 달리며 주목받고 있는데 양동이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는 UFC 진출 전까지 9전 9승이었다. 8번을 KO로, 1번은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 이겼을 만큼 무적이었다. 국내 격투기판에서는 “제대로 된 싸움꾼 하나 나왔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3번 싸운 UFC에서는 데뷔전을 포함해 2번을 졌고 1번 이겼다. “뭐 하나 잘하는 게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인데 UFC 파이터들은 다 잘하더라고요. 단점이 안 보여요.” 양동이는 “지나간 경기는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부담 없이 싸우겠다. UFC로 갈 때 챔피언 먹으면 격투기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UFC에서는 실력뿐 아니라 화끈한 세리머니 같은 쇼맨십을 갖춘 파이터를 원한다. ‘둘 다 쇼맨십이 부족한 것 같던데…’라고 물어봤다. 양동이는 “저 아직 한 번밖에 못 이겨봤어요. 그런 것도 이기고 나서 해야 재밌죠. 실력도 안 되는데 그런 것부터 잘해봐야 뭐…”라며 웃었다.

“아, 그게 말이죠, 뭘 준비했다가도 옥타곤(8각의 철창)에 들어가니까 다 잊어먹더라고요.” 정찬성은 지난해 12월 마크 호미닉과의 경기를 앞두고 승리하면 “독도는 우리 땅”이라 외치려 준비했었다고 한다. “옥타곤에서 내려오고 나니까 ‘아차, 독도…’ 싶더라고요.”

비슷한 체격의 일반인과 싸우면 몇 명까지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질문이 황당했는지 서로 멀뚱히 쳐다보더니 양동이가 먼저 “4, 5명”이라고 했다. 정찬성은 “5, 6명까지는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근데 우리가 일반인들하고 왜 싸워요, 선수들하고 싸워야죠.” 양동이는 “알고 보면 우리도 부드러운 남자”라고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종합격투기#UFC#정찬성#양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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