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완벽한 결혼선물이 있을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2년째 무관에 그치다 결혼을 눈앞에 두고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으니…. 이 장면을 지켜보던 예비신부는 눈물을 쏟았다. 30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 에이번데일의 TPC루이지애나(파72)에서 끝난 취리히클래식에서 우승한 제이슨 더프너(35·미국)였다.
더프너는 최종 합계 19언더파로 통산 18승에 빛나는 어니 엘스(남아공)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이겼다. PGA투어 164번째 도전 끝에 처음 정상에 등극한 그는 6일 고향 앨라배마 주에서 약혼녀 어맨더 보이드 씨와의 결혼을 앞두고 115만2000달러의 우승상금을 챙겼다. 더프너는 “생각보다 결혼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와 그녀를 위한 선물을 더 준비해야겠다”고 말했다.
더프너는 지난주까지 준우승 세 번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 중 두 번은 연장전에서 맛본 패배였다. 2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적은 올해에만 두 번을 포함해 다섯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주저앉았다. 지난해 PGA챔피언십에서는 4라운드 막판 5타차 선두였다 15, 16, 17번홀 연속 보기로 무너졌다. 뒷심 부족이 약점이던 그는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 어떤 중압감도 극복하게 됐다.
2타차 선두였던 그는 이날만 5타를 줄인 엘스와 공동 선두로 맞서다 16번홀(파4)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공이 물에 살짝 잠겨 칠 수는 있었지만 악어가 5m 밖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1벌타 드롭을 선택한 그는 3온 후 14m 장거리 파 퍼트를 넣으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2차 연장전에서 그는 2온에 성공한 뒤 이글퍼트를 60cm에 붙인 뒤 신중하게 버디를 낚았다. 1차 연장전에서 1.5m 버디 퍼트를 놓쳐 다 잡은 승리를 날린 엘스는 2차 연장전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그린 에지에서 한 4.5m 버디퍼트가 컵 5cm를 스쳐지나가 우승의 꿈이 깨졌다.
무표정한 얼굴이 트레이드마크인 더프너는 선행으로도 유명하다. 약혼녀의 조언으로 버디 1개에 100달러, 이글 1개에는 500달러씩을 모아 주니어 골프 육성에 쓰는 ‘바마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으며 자선재단을 운영하며 불우이웃과 토네이도 피해자 등을 돕는 데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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