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TALK!베이스볼] 롯데, 9회초 오승환 상대로 대역전극 펼칠때…양승호 감독은 화장실만 들락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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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일 07시 00분


막창 먹고 배탈…덕아웃서 좌불안석

눈 깜짝할 새 4월도 지나갔군요. 프로야구가 개막한지 한 달, 갖가지 스토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4월의 마지막 주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라운드의 뒷얘기를 전해드리는 스포츠동아 ‘톡톡 베이스볼’은 지난주 경기 도중 배탈 때문에 고생한 롯데 양승호 감독의 사연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막창 때문에? 막창 덕분에?

24일 대구 삼성전은 롯데에 ‘달구벌대첩’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었죠. 8회까지 0-2로 뒤지다가 9회 삼성의 철벽 마무리 오승환을 무너뜨리고 6-2로 뒤집는 ‘기적’을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준우의 홈런, 황재균의 동점타, 김주찬의 역전타 같은 결정타가 터질 때마다 덕아웃의 양승호 감독은 좌불안석이었다는데요. 전날 먹었던 막창이 몸에 안 맞았던지 배탈이 난 탓이었습니다. 참고 참았는데 하필 9회부터 도저히 못 참을 지경에까지 이른 거죠. 잠깐 틈이 나 잽싸게 화장실에 가 앉아 있으면 “와∼”하는 함성이 터지니 ‘볼일’에 집중하기도 힘들었고요. 그래도 롯데가 대역전극을 이뤄내고, 감독 인터뷰 때는 속까지 진정이 됐으니 승리가 보약이긴 한 것 같습니다.

김기태감독 ‘리즈 불쇼’날 자가용 이동

○김기태 감독이 자가용을 택한 까닭은?

26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있을 때였어요. LG 김기태 감독은 넥센전이 끝나면 부산 원정을 위해 심야에 버스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사실을 떠올리며 “옛날 현역 때 병살타 치고, 팀도 지면 야간에 버스 이동하는 게 정말 고욕이었다. 거기에다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최고급 벤츠’처럼 버스가 축 가라앉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묘한 건 그날 바로 LG가 그런 게임을 한 거에요. 마무리 리즈가 시원하게 ‘불쇼’를 저질렀거든요. 다음날 사직구장에서 만났더니 김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버스를 타지 않고, 따로 자가용으로 이동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으니 쑥스러운 표정으로 답해요. “그렇잖아도 분위기가 무거울 텐데 감독이 앞자리에 앉아 있으면 선수들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느냐”고요. 자신도 답답한 마음이지만,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가벼운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한 배려였던 거죠. 감독의 이런 세심한 마음씀씀이야말로 ‘꼴찌 후보’ LG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5할 승률로 4월을 마감한 원동력 같아요.

김병현 챙기는 박찬호…‘메이저 우정’

○우리 병현이 잘 부탁합니다!

28일 청주구장에서죠. 한화 박찬호가 ‘절친’인 넥센 홍원기 수비코치와 3루쪽 원정 덕아웃을 찾았어요. 그는 넥센 김시진 감독에게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는, 다음날 자신의 등판을 의식한 듯 “요즘 넥센이 너무 무섭다”는 엄살 아닌 엄살로 웃음을 자아냈어요. 이뿐만 아니에요. “(김)병현이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라며 안부를 물었어요. 마침 이날 넥센 김병현이 전남 강진에서 청주로 올라와 1군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었던 터라 김 감독은 “안 그래도 올라올 것”이라고 대답했고요. 1군으로 ‘콜업’된다는 얘기로 알아들은 박찬호는 반색했지만, 아직 5월 2군에서의 등판이 한 경기 더 남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해야 했죠. 그래도 끝까지 아우를 챙기는 형이었어요. 김 감독에게 “우리 병현이 잘 부탁합니다. 잘 키워주세요”라며 애교 섞인 부탁을 하고는 1루쪽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답니다. 이 얘기를 나중에 전해들은 김병현도 “그래요?”라며 만면에 웃음을 지었고요. 팀을 떠나 그들의 ‘메이저 우정’에 훈훈해진 덕아웃이었습니다.

김승회 기살린 김진욱 감독의 추억담

○23년 만에 재현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두산 김진욱 감독은 29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이날 선발 김승회를 따로 불렀어요. 그리고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꺼냈죠. 이날 김승회가 맞대결할 상대 선발투수는 국내 최고의 우완으로 꼽히는 KIA 윤석민이었는데요. 2003년 프로에 입단한 김승회는 통산 12승을 거둔 투수에요. 지난해 윤석민이 올린 17승보다 승수가 적죠. 김 감독은 김승회에게 1989년 당대, 아니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였던 KIA 선동열 감독과 맞붙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한국프로야구에서 고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 등 몇몇을 제외하면 선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투수는 드물었어요. 하지만 김 감독은 OB 유니폼을 입고 1989년 선 감독과 두 차례 맞대결해 모두 1-0 완봉승을 거뒀던 화려한 과거를 김승회에게 들려줬죠. 김 감독의 기를 받아서일까요. 김승회의 얼굴에는 1회부터 여유가 느껴졌어요. 그리고 김승회는 7이닝 3실점으로 역투하며 5.2이닝에 그친 윤석민보다 오래 마운드에서 버텼어요. 결국 두산은 불펜 싸움에서 KIA에 앞서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고요. 23년 전 선 감독을 깨트린 김 감독의 기운을 전수 받은 김승회의 혼신을 다한 피칭 덕분이었죠.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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