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로 소속 팀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프로농구 귀화 혼혈선수들을 어느 팀이 데려갈까. 이번에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시장에 나오는 혼혈 선수는 3명이다. 이들을 영입하는 데 우선적으로 나설 수 있는 구단은 동부와 모비스, 오리온스, SK다. 네 팀은 귀화 혼혈 선수제도가 도입된 2009년 이후 혼혈 선수를 한 번도 보유한 적이 없어 우선권을 얻었다.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보다 영입하려는 구단이 더 많은 상황이다. 어느 한 팀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시장에 나오는 혼혈 선수 3인방은 전태풍(KCC·가드) 이승준(삼성) 문태영(LG·이상 포워드)이다. 모두 팀의 핵심 전력이다. 하지만 소속 팀과의 3년 계약이 끝나 팀을 옮길 수밖에 없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0개 구단의 형평성을 위해 혼혈 선수가 한 팀에서 3년을 뛰면 재계약할 수 없게 했다.
셋 중 영입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선수는 포워드 문태영이다. 문태영은 오리온스를 뺀 나머지 세 구단이 모두 영입 1순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30일 입대하는 포워드 윤호영의 빈자리를 다음 시즌에 메워야 하는 동부 강동희 감독은 “문태영과 이승준 둘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팀 사정상 가드보다는 포워드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가대표 가드 양동근이 버티고 있는 모비스도 가드보다는 포워드 보강으로 가닥을 잡고 역시 문태영과 이승준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SK 문경은 감독도 “문태영을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만 전태풍을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시즌 김승현을 삼성으로 보낸 오리온스로서는 가드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추 감독은 “지난 시즌 포인트 가드가 약해 힘든 경기가 많았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다. 한국 농구에 완전히 적응한 전태풍으로 밀고 갈 것이다”라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오리온스에는 이승준의 동생으로 역시 혼혈인 이동준이 뛰고 있지만 사정이 다르다. 이동준은 2006년 연세대에 편입한 뒤 그해 바로 한국에 귀화했고 2007년 국내 선수 드래프트를 거쳐 프로에 데뷔해 혼혈 선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각 구단은 영입 희망 선수를 최대 3순위까지 써낼 수 있다. 각 순위에서 한 선수를 두 팀 이상이 원했을 경우에는 적어낸 몸값이 높은 구단이 데려간다. 1순위 영입을 희망하는 선수에게는 연봉총액상한(샐러리캡)인 21억 원의 25%(5억2500만 원)까지 베팅할 수 있다. 2순위 영입 대상에는 샐러리캡의 22.5%, 3순위 대상에는 20%까지다. 각 구단이 혼혈 선수 영입에 팔을 걷어붙인 점을 감안하면 최고액을 베팅할 가능성이 높다. 영입 순위뿐 아니라 연봉마저도 같으면 추첨으로 결정한다. 네 팀은 5월 3일까지 혼혈 선수 영입 의향서를 KBL에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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