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국인 감독, 쓴 쌍화탕 마시며 이룬 달콤한 승리

  • 동아일보

한국문화-선수들과 소통 강조
대구FC 페레이라 감독, 약체 평가 팀의 6위 돌풍 주도

브라질 올림픽 대표팀 수석코치 출신으로 한국 프로축구 대구 FC 감독을 맡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 대구 FC 제공
브라질 올림픽 대표팀 수석코치 출신으로 한국 프로축구 대구 FC 감독을 맡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 대구 FC 제공
“대구의 축구는 소통의 축구다.”

올 시즌 프로축구 시민구단 대구 FC는 ‘감수성’을 모토로 정했다. 선수와 감독들이 섬세하게 서로의 생각은 물론이고 감성까지도 배려하자는 뜻이다. 구단과 팬 모두가 소통하며 한마음으로 승리를 향해 도전하자는 의미다. 시즌 전만 해도 대구는 약체로 평가됐다. 그러나 대구는 강호 전북과 울산을 꺾고 6위(승점 10점·3승 1무 1패)에 오르며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소통의 축구’를 강조하는 K리그 유일의 외국인 감독 모아시르 페레이라(52·브라질)가 있다.

브라질 올림픽 대표팀 수석 코치 출신인 페레이라 감독은 선수들과의 첫 만남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브라질 선수들에 비해 한국 선수들이 감독을 더 존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선수들을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틈나는 대로 선수들과 면담을 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3월 18일 인천과의 경기에서 거둔 시즌 첫 승은 페레이라 감독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경우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한동안 부진했던 공격수 이진호와 면담을 했다. 그는 이진호에게 “너를 믿고 공을 줄 테니 마음껏 뛰어라”라고 말했다. 이진호는 이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감독에게 달려가 포르투갈어로 말했다.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페레이라 감독은 “시민구단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팬들과의 교감이 중요하다”며 “선수와 팬이 소통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대구 시민의 자랑거리가 돼야 한다는 것. 그는 대구가 실시하는 방과후 축구교실 등에 참여하며 팬들과의 소통에도 앞장서고 있다.

요즘 페레이라 감독은 한국 음식에 푹 빠져 있다. 그는 한국 음식을 먹으며 빠르게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느덧 라면과 김치의 조화까지 알게 됐다. 전북을 3-2로 꺾고 3연승을 달린 날. 그는 경기 전 주변에서 권한 ‘쌍화탕’을 먹으며 경기를 구상하기도 했다. 쌍화탕은 썼지만 승리는 달콤했다.

서툰 한국말이지만 연습이 끝난 후 선수들에게 반드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는 페레이라 감독. 그가 내세운 소통의 축구가 올 시즌 K리그 판도를 얼마나 뒤흔들지 지켜볼 일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프로축구#대구fC#페리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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