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밀린 은퇴…이종범 “은퇴경기 사양” 향후 거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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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일 07시 00분


KIA는 이제 이종범 없이 2012시즌 개막을 맞이한다. ‘해태 시대의 종언’이자 ‘완전한 KIA 시대의 개막’이기도 하다. 스포츠동아DB
KIA는 이제 이종범 없이 2012시즌 개막을 맞이한다. ‘해태 시대의 종언’이자 ‘완전한 KIA 시대의 개막’이기도 하다. 스포츠동아DB
개막 1주일 앞두고 전격 선언…KIA서 무슨 일이?

이순철 코치, 지도자수업 제안 쇼크
선동열 감독과 면담 직후 은퇴 결단
“혼란스럽다”…코치연수 등 일단 거절
구단 “상의없이 일방적 발표 아쉬워”


전격적인 은퇴였다. KIA 이종범은 31일 오후 선동열 감독과 구단에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일단 플레잉코치, 코치 해외연수, 성대한 은퇴식 등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그리고 1일 가족과 함께 서울로 떠나며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으로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만 남겼다.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는 코칭스태프의 통보 후 이틀 만에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 본인 모두에게 큰 결단이 필요했던 시간이다.

○“너만은 초라하게 은퇴해선 안 된다”

29일 대구에서 삼성과 시범경기를 마친 뒤 이순철 수석코치는 이종범에게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그리고 “해태 우승 주역들이 모두 초라하게 유니폼을 벗었다. 최고의 선수인 너 만큼은 더 명예로운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며 플레잉코치를 제안했다. 엔트리에서 제외되지만 1군과 동행하며 서서히 지도자 수업을 쌓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선배로서의 조언이었다. 이종범은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답했다.

○“뛸 자리가 없다”

31일 광주에서 한화와 시범경기 후 이종범은 선동열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선 감독은 이종범에게 “코치진에게서 (엔트리 제외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내 생각도 같다”고 답했다. 이종범은 “처음 부임하셨을 때 뜻을 말씀해주셨으면 마음에 준비를 했을 텐데 개막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충분히 뛸 수 있다고 기대해왔다. 그러나 냉정하게 바라보자. 1군에 뛸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이종범은 “그럼 은퇴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조호 단장에게 같은 뜻을 전했다. 구단은 코치 연수, 은퇴경기 등을 모두 검토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종범은 일단 모든 것을 사양했다.

1일 선 감독은 “나 역시 은퇴할 때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그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최고의 선수였기 때문에 잘 준비하면 최고의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겠나. 좀 더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며 “구단과 상의해 은퇴 날짜도 잡고, 잘 준비해서 발표했다면 좋았을 텐데, 본인이 멋있고 명예롭게 은퇴할 기회를 차버린 것 같다. 무척 안타깝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이어 “양준혁과 박진만도 삼성을 수년간 이끌며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팀을 떠난 후 자질이 뛰어난 후배들에게 기회가 생겼고 더 강한 팀이 됐다”고 강조했다.

○결단, 그리고 혼란

이종범은 31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단은 공식 발표 이전에 이종범을 통해 먼저 은퇴 사실이 알려진 것에 대해 매우 당혹해하고 있다. 구단은 31일 늦은 오후 이종범에게 다시 한번 ‘최고의 예우’ 의사를 전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1군 엔트리 제외를 결정한 코칭스태프, 구단은 자신의 역할에 따라 매끄러운 마무리를 원했다. 이번 전격적인 은퇴 결심 전까지만 해도 이종범 역시 그랬다. 그러나 ‘실제 상황’으로 옮겨진 뒤 이종범의 복잡한 속내와 행보로 인해 아름다운 은퇴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은퇴 결심 후 코칭스태프, 구단과 깊이 있는 교감을 통해 최고의 무대에서 명예롭게 마침표를 찍은 양준혁처럼 이종범에게도 아름다운 퇴장을 기대해본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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