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끼는 김기태감독 … 알아서 뛰는 LG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LG트윈스

김감독, 경기조작 관련 질문엔 철저히 함구
선수들도 충격 딛고 볼 하나하나 힘찬 함성

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마음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한때 팀의 주축이었던 프리에이전트(FA) 3명이 동시에 빠져나갔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에이스와 5선발 후보를 동시에 잃었다. 특히 경기조작 사건으로 인한 박현준과 김성현의 이탈은 감독으로선 그야말로 뼈를 깎는 아픔과 같을 터.

오키나와 전지훈련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LG 김기태 감독(사진)은 두 선수 얘기만 나오면 “나중에 얘기하자”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의혹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사태 추이에 관심을 내비쳤지만, 검찰 조사에 이은 구단의 퇴단조치까지 내려진 뒤에는 이 사안에 대해서 철저히 말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외부 변수와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면 된다”는 김 감독의 기존 입장은 변화가 없다. 여기에 선수단은 자발적으로 ‘경기 조작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오키나와에서 다른 팀과 연습경기를 치르는 LG 덕아웃에는 파이팅이 넘친다. 흡사 고교팀처럼, 볼 하나 하나에 선수들의 함성이 터진다. 공수 교대 때는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닌데 선수들이 모두 뛰어다니며 힘을 낸다. 고참 이병규와 최동수가 팀 분위기를 이끈다. 한동안 어둡고 침체된 모습에서 벗어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엿보일 정도다.

LG 한 관계자는 8일, “이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며 하나로 뭉치고 있다. 비 온뒤 땅이 굳듯, LG가 아픔을 딛고 다시 뛰고 있다.

김도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