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에서 만난 존 허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당시 PGA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 대기
선수였던 그는 신인이라 순번에서 밀려 결국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대회장을 찾은 투어밴(각 용품 회사들이 소속 선수들의 클럽 피
팅을 위해 운영하는 차량)에서 클럽을 수선한 뒤 밝은 표정으로 ‘희망’을 이
야기했고 바로 11일 후 우승을 낚았다. 로스앤젤레스=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이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27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8차 연장 끝에 우승한 존 허(허찬수·22)는 인터뷰 내내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올 시즌 PGA 무대에 데뷔한 존 허는 “데뷔 시즌에, 그것도 5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다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항상 꿈꿔 오던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존 허의 말처럼 이날 우승은 믿기 힘든 대역전 드라마였다. 존 허는 전날까지 선두에게 7타 뒤진 공동 13위를 기록해 우승 후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27일 멕시코 플라야델카르멘 인근 엘 카말레온 골프장(파71·6923야드)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8언더파 63타를 몰아치며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위안을 삼는 분위기였다. 존 허보다 늦게 경기를 시작한 로버트 앨런비(41·호주)가 17번홀까지 2타나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18번홀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앨런비가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존 허와 동타가 된 것이다.
18번홀(파4)과 10번홀(파3)을 오가며 열린 연장 승부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앨런비의 버디 퍼트는 홀을 스치고 지나갔고, 6번째 홀에서는 존 허가 1m 거리의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다. 운명의 연장 8번째 홀. 존 허는 티샷을 그린 오른쪽 에지에 떨어뜨렸지만 칩샷을 홀 80cm에 붙인 뒤 파로 막았다. 반면 앨런비의 티샷은 그린 오른쪽 돌밭 지역에 떨어졌고 칩샷을 했지만 공에서 홀까지는 5m가량 거리가 남았다. 결국 앨런비는 보기를 기록했다.
이날 존 허가 기록한 8차 연장전 우승은 PGA투어 사상 두 번째로 긴 연장전 기록이다. 1949년 모터시티 오픈에서 11차 연장(당시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공동우승으로 처리)이 최장 기록으로 남아있고 8차 연장은 이전에 4차례 더 있었다. 존 허가 1세 때 프로에 데뷔한 베테랑 앨런비는 경기 후 “마치 내가 루키 같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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