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김병지 스타크 실력에 깜놀! “22세 나이차이?…우린 친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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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0일 07시 00분


‘방졸’ 윤일록-‘방장’ 김병지
한방 썼던 그들의 유쾌한 이야기

첨엔 말 붙이는 것 조차 어려웠지만
말발 뛰어난 김병지 덕에 가까워져
윤일록 “삼촌 덕에 프로 쉽게 적응”
김병지 “올해도 뒷문은 책임질게∼”

무려 22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절친으로 키프로스 전지훈련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경남 김병지(뒤)와 윤일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라르나카(키프로스) | 최용석 기자
무려 22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절친으로 키프로스 전지훈련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경남 김병지(뒤)와 윤일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라르나카(키프로스) | 최용석 기자
경남 윤일록(20)은 전지훈련지 키프로스 라르나카에서 유일하게 독방을 차지했다.

허리 부상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전훈에 합류해 ‘방졸’을 면했다. 2명이 한 방을 쓰면 고참을 ‘방장’, 후배를 ‘방졸’이라 부른다.

‘방졸’을 면키 어려운 프로 2년차 윤일록은 이번 전훈 직전까지 K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 김병지(42)와 한방을 썼다. 삼촌과 조카벌인 둘은 축구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22살의 나이차를 허물었다.

○‘수다쟁이’ 삼촌과 조용한 ‘조카’

성격은 정반대다. 김병지는 활달한 성격인데 반해 윤일록은 과묵하다. 김병지가 적극적으로 다가서며 둘은 세대를 뛰어넘었다.

윤일록은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서 말도 못했는데 삼촌이 먼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지금은 너무 편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김병지도 “일록이는 워낙 말이 없는데 내가 말이 많은 편이니까 자연스럽게 자주 대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둘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로도 통했다. 둘 모두 수준급 실력이다. 숙소에서 시간날 때마다 스타크래프트를 한다. 함께 보내는 시간은 더 늘었다. 윤일록은 “삼촌 실력이 보통은 넘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자 김병지는 “내가 축구, 스타크래프트 모두 경력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삼촌의 성공 노하우 전수받고 있는 조카


김병지는 조카에 대해 묻자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라운드 위에서 뿐 아니라 경기장 밖 생활 등을 지켜보면서 윤일록의 성공을 예언(?)했다.

“(윤)일록이는 볼도 잘 차지만 성실하고 평상시 정리정돈도 깔끔하게 하는 등 모든 부분에서 준비가 잘 된 선수다. 지난해 여름 이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고,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2012년이 기대되는 후배다.”

대선배의 칭찬에 윤일록은 민망한지 수줍게 웃었다. 그런 뒤 그는 자신이 프로에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삼촌 덕분이라고 했다. “삼촌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프로에 빨리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좋은 내용이 담긴 책은 빌려주시면서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시고, 선물도 자주 주신다. 축구 외에 다른 부분에서도 많이 배운다.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정말 감사하다.”

○조카의 대성을 의심치 않는 삼촌


윤일록의 꿈은 모든 축구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해외진출이다.

김병지에게 윤일록의 해외진출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삼촌의 대답은 ‘예스’였다. 그는 “윤일록 정도면 몇 년 안에 더 큰 무대로 진출할 수 있고, 성공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국내 무대에서 좀 더 실력을 쌓고, 박지성 이영표처럼 단계를 밟는 게 좋다. 빅 리그에 오르는데 시간은 좀 걸릴 수 있지만 그래야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해외진출하면 삼촌이 구경 갈 수 있게 방 준비해 둬”라고 농을 던졌다.

2012시즌 김병지와 윤일록은 경남 전력의 핵심이다. 김병지는 수비라인 전체를 지휘해야 한다.

윤일록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이다. 좌우 윙어, 처진 스트라이커까지 1인 3역을 해야 한다.

삼촌은 어깨가 무거운 조카에게 당부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 “여름까지 올림픽대표팀에 다시 포함되도록 최선을 다 하고, K리그에서는 1년 간 15개 공격 포인트 정도는 해야지. 그럴만한 능력도 있고. 삼촌이 뒤에서 골 허용하지 않도록 할 테니 일록이는 앞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삼촌이 자주 웃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라르나카(키프로스)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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