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 비리 저지른 직원 퇴직시키며 억대 위로금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6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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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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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절도 및 횡령 사건에 연루된 직원을 내보내면서 거액의 위로금을 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축구협회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지난 13일 직원 A씨에게 퇴직에 따른 위로합의금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달 31일 사직 처리된 A씨는 지난해 11월8일 새벽 다른 부서 사무실에서 축구용품을 훔치다가 발각됐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사직 압력을 받자 축구협회의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 각종 비리 의혹을 폭로하겠다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중연 축구협회장은 지난해 11월29일 A씨를 불러 사건경위서를 작성토록 하고 징계절차를 밟으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지난달 9일 임원진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1주일간의 직위 해제 후 재심에서 징계수위를 결정한다'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임원진 중에 A씨를 두둔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축구협회는 지난달 9~16일 사이에 네 차례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의 징계 문제 등을 논의한 끝에 A씨가 법인카드 사용액에 따라 환급되는 리워드포인트 기프트 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비리 등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지난달 31일 사직 처리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이에 앞서 지난달 23일 A씨에게 내부 규정에도 없는 퇴직 위로금 1억5000만원을 주기로 합의하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내렸다.

2006년 축구협회에 경력직원으로 입사한 A씨는 1000억원대의 축구협회 예산을 다루는 회계 담당자로 일해 왔다.

A씨는 축구협회의 법인카드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면서 카드회사에서 환급된 리워드포인트 기프트 카드 2489만원어치를 200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조사위원회의 추궁이 시작되자 가져간 금액만큼을 새로 구입해 협회 금고에 채워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축구협회 법인카드 사용액이 매년 5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용액의 0.2% 정도가 카드회사에서 매년 환급되는데 A씨가 몰래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임원진은 그동안 카드회사로부터 환급된 리워드포인트 기프트 카드의 액수가 얼마인지 제대로 확인조차 못하고 있었다"며 "형사고발을 통해 피해액을 추징해야 하는 데 오히려 돈을 주고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한편 축구협회 노조는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진국 전무이사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번 사태로 투명해야 할 축구행정의 가치가 무너졌다며 행정 실무 총책임자인 김 전무에게 물러날 것과 비리 직원 비호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또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예산에 걸맞게 한층 투명하고 선진적인 축구행정을 펴라고 협회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A씨에 대한 형사고발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무는 "조사위원회에 조사를 중지하라고 한 적이 없다"며 "해당 직원이 횡령한 금액만큼을 채워 넣어 그간의 업무공헌도 등을 참작해 인사위원회에서 권고사직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불미스러운 일로 직장을 나가는 직원에 대한 배려가 크다는 지적이 있지만 전례에 따라 희망퇴직으로 처리해 퇴직금과 2년 치 연봉을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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