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운명 쥔 최강희-홍명보 감독 “당장 급하다고 박지성 다시 부를 생각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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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53)과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43)이 새해 인사를 겸해 마련한 기자간담회가 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간담회 시작에 앞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두 감독과 함께 단상에 올라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했다. 가운데에 선 조 회장은 양 감독의 손을 한데 모아 맞잡으며 “올해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두 감독에게 뭘 잘 부탁한다는 것이었을까. 곧장 이어진 두 감독의 말에 답이 있었다.

○“선수 차출 별문제 없을 것”

최 감독은 “올해는 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국가대표팀은 최종 예선을 통과해 월드컵에 진출해야 한다. 국가대표와 올림픽대표가 함께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홍 감독과 많은 의논을 하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국가대표팀의 올림픽 대표 차출 문제를 놓고 전임자인 조광래 전 감독과 홍 감독이 벌인 신경전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다. 최 감독은 2월 29일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 선수 선발과 관련해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 위주로 뽑을 것이다. 23세 이하인 올림픽 대표와 겹치는 선수는 거의 없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했다.

남은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3경기 중 2경기를 2월에 치르는 홍 감독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국가대표팀 우선 원칙에 따라 올림픽대표 중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누가 됐든 국가대표팀으로 보낼 것이다. 최 감독님과 충분히 상의할 것이어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홍 감독은 “얼굴을 맞대고 얘기한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최 감독님이 합리적인 분이라 다 잘될 걸로 본다”고 덧붙였다.

○ 이탈리아 월드컵의 추억

두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최 감독은 당시 최고참이었고, 홍 감독은 이제 막 태극마크를 단 막내였다. 최 감독은 “막내치고는 경기를 굉장히 잘했다. 내가 후배들한테 그렇게 어렵게 대하는 선배는 아닌데 둘이 대화를 많이 하진 못했다. 홍 감독이 원래 말이 좀 없는 편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22년 전을 회고했다. 홍 감독은 “당시 최 감독님은 한참 높은 선배여서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쿠웨이트전 승리에 집중”

최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다시 부를 생각은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선수 본인의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 이미 은퇴를 선언했고 본인이 다시 뛸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동료들과 함께 최고의 경기를 보여줄 수 없다. 당장 급하다고 은퇴한 선수를 준비 없이 부르는 건 안 된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쿠웨이트전에 패하면 최종 예선에도 못 나간다. 당장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단기 처방으로 쿠웨이트전 승리에 모든 걸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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