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恨 훌훌… 최부영 농구, 마침내 대학무대 평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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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첫 26연승-전승 우승 대기록

트레이드마크인 턱수염에 흰 털이 부쩍 늘었다. 코트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던 불호령도 예전만 못했다. 하지만 선수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작전 지시를 내리는 모습에선 아버지 같은 인자함이 묻어났다. 경희대 농구팀만 지도한 지 27년. 대학농구리그 최초로 26연승(포스트시즌 포함) 기록을 세우며 정규 시즌(22승)과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차지한 경희대 최부영 감독(59) 얘기다.

경희대가 2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연세대를 65-62로 꺾고 우승했다. 경희대는 지난해 중앙대가 세운 25연승 기록을 깼다.

경희대는 쉽게 승리한 1차전과 달리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전반을 34-24로 앞섰지만 3쿼터부터 연세대의 맹추격을 허용했다. 4쿼터 종료 4분 40초를 남기고 58-58 동점. 그러나 경희대는 위기에 강했다. 김민구(2학년)가 저돌적인 돌파에 이은 레이업슛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민구는 양 팀 최다인 19득점에 7리바운드를 기록.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사제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현역 시절 저승사자로 불렸던 정재근 연세대 감독은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 대표팀 시절 최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최 감독은 “정 감독이 자신의 농구를 펼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는다”며 제자를 격려했다.

최 감독에게 경희대 사령탑 생활 27년간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에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양강 체제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2000년대에는 김주성(동부)과 오세근(인삼공사)의 중앙대에 밀렸다. 최 감독은 “준우승을 수없이 많이 했다. 지난해에는 중앙대 선수 한 명 한 명을 가상해 연습했는데도 경기가 안 풀려서 너무 힘들었다”며 “어렵게 경희대 시대를 연 만큼 앞으로 더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앙대의 52연승 기록에는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18일부터 시작되는 농구대잔치에서 함지훈(전 모비스), 강병현(전 KCC) 등이 버틴 상무와의 대결도 피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 감독은 “중앙대는 연승 기록을 의식해 대회 출전을 안 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정면승부를 하겠다. 비시즌에 용병이 빠진 프로팀과의 연습 경기에서도 대등한 경기력을 보인 만큼 자신 있다”고 말했다.

용인=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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