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PS다이어리] “난, 전북의 주전 골키퍼”…김민식의 화려한 챔프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7시 00분


주목하는 이가 적습니다. 미디어 노출 빈도도 많은 편은 아니죠. 볼 일이 있어 시내에 나가더라도 골수팬이 아니면 거의 알아보지 못합니다.

좀처럼 조명받기 어려운 외로운 포지션. 전북 현대 골키퍼 김민식(26)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하루하루가 꿈만 같습니다. 이젠 벤치 신세가 아닌, 당당한 주전으로 우뚝 섰으니까요.

모두가 전북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빈약한 골키퍼 진용을 꼽습니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데 굳이 부정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속으로 칼을 갈 뿐이죠.

아직 주전이란 수식이 어색합니다. 너무 갑작스레 찾아온 선발 자리. ‘의형제’ 권순태가 군 입대를 하고,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된 염동균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전력을 이탈하며 스타팅으로 GK 장갑을 끼게 됐어요.

이름값이 약하다고요? 하긴 철저한 무명에서 신데렐라처럼 우뚝 섰으니까요. 그래도 실력은 인정받고 있어요. 올 시즌 K리그 무대에서 15경기에 나와 15골을 허용했어요. 0점대 방어율은 아니더라도 경기당 한 개 실점이라면 나쁜 기록은 아니죠. 2008년 전북 입단 이후 작년까지 합친 출전 횟수보다 올해가 6경기 많았어요.

또 다시 찾아온 결승 무대.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김민식은 선발 출격이 유력합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계속 뇌리를 스칩니다. 프로 4년차에 맞았던 첫 번째 결승전. 김민식은 두 골을 내주고 승부차기 패배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항상 자신 있던 페널티킥 승부였는데…. 정작 본 무대에서 실력 발휘를 못했으니. 계속 알 사드(카타르)의 킥 장면이 떠올라 잠 못 이루는 밤이 며칠 간 계속됐답니다.

그래도 긍정을 노래합니다. 깜짝 스타로 떠올라 두 번이나 결승전을 밟아본 골키퍼는 국내 무대에서 손에 꼽을 만큼 극히 적으니까요. 그를 곁에서 항상 지켜본 전북 홍보팀 손지훈 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보다 파이팅이 넘쳤고, 2군에 있을 때도 서운한 기색을 단 한 번도 비치지 않았던 아주 고마운 친구죠.”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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