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후배들을 위해 일본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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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7시 00분


일본 진출을 선언한 이대호는 친정팀을 떠나는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많은 것을 버리고 가는 만큼 일본 진출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겠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스포츠동아DB
일본 진출을 선언한 이대호는 친정팀을 떠나는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많은 것을 버리고 가는 만큼 일본 진출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겠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스포츠동아DB
■ 롯데 ‘4년 100억’ 제의 거부…그의 속뜻은?

“어린 시절 내게 찬호형, 승엽형처럼
후배 선수들이 나를 보고 꿈을 키우길
한국야구 자존심 위해서 꼭 성공할 것
오릭스? 받을 건 다 받고 가겠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프리에이전트(FA) 최대 거물로 꼽히는 이대호가 결국 11년간 몸담았던 롯데를 떠나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선언했다. 이대호는 원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 마감일인 19일 밤, 배재후 단장 등 구단 관계자와 3차 협상을 가졌지만 구단이 내놓은 4년간 총액 100억원(보장금액 80억원+옵션 20억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일 협상 결렬 직후와 20일까지 두 차례에 걸친 전화통화를 통해 그의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롯데 떠난다니 아내가 더 서운해 한다

이대호는 “마지막 협상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구단도 나를 많이 배려해주셨다. 100억원이란 돈? 그 돈이 얼마나 큰 돈인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죄스런 마음까지 들었다”는 그는 “나는 롯데에서 자랐고, 언젠가 한국에 다시 돌아온다면 당연히 다시 롯데에서 뛸 것이다. 하지만 지금 팀을 떠나기로 한 것은 롯데의 이대호가 아닌, 대한민국 4번 타자 이대호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아내 신혜정 씨는 잘 알려진대로 구단 행사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 결혼에 골인했다. 당연히 롯데팬인 그녀는 남편의 일본 진출 의지를 알면서도 롯데를 떠나는 것에 많이 서운해 했다. “아내가 나보다 더 서운해 하더라”는 말에 그가 느꼈던 심적 갈등이 전해졌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구단도, 팬들에게도 너무 죄송스럽고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나를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부탁드린다”고 했다.

● 나에겐 꿈이 있다

구단 제시액 총 100억원은 자신의 기준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자신이 짐작한 구단의 베팅액을 웃도는 거액이었다. 금액을 처음 들은 2차 협상 후부터 당연히 고민은 더 커졌다. ‘보장금액이 80억원이 아니라 100억원이었다면 선택이 달라졌겠느냐’고 묻자 “마음 고생은 더 했겠지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롯데를 떠나 일본에 가는 게 돈 하나에만 목적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대호는 “선수로서,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 나에겐 꿈도 있고, 더 큰 욕심도 있다. 돈? 명예? 새로운 곳에서 나를 또 한번 테스트하고, 이겨내고 싶다. 꼭 성공할 것이다. 한국 야구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내가 어렸을 때 (박)찬호 선배나, (이)승엽이 형을 보고 꿈을 키웠듯, 또 다른 어린 선수들이 나를 보면서 꿈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곁들였다.

오릭스? 받을 건 다 받고 가겠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가 롯데와의 우선협상기간에도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등 그의 영입을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황. 이대호의 최종 선택지는 오릭스일 가능성이 크다.

“승엽 형의 조언을 많이 들었다”며 이승엽의 일본 진출을 도왔던 미토 시게유키를 에이전트로 선임한 배경을 설명한 그는 20일 “오늘 당장부터 에이전트가 일본 구단과 접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게 들어온 소식은 없다”면서 “아직까지 특정 무슨 구단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아무튼 만약 오릭스가 된다고 하더라도, 받을 건 다 받고 가겠다. 쉽게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많은 것을 버리고 일본으로 가기로 한 이상,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것’이란 말에는 100억원까지 제시한 롯데의 관심, ‘이 세상 어느 팬보다 뜨거운 부산 팬들의 사랑’ 등이 포함된다. 내가 이만큼 버리고 가는데, 오릭스든 어느 팀이든 새 팀에서 당연히 제 가치를 인정받고 가는 게 도리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이대호는 예상 계약 성사 시점에 대해 묻자, “무턱대고 서두를 생각도 없고, 서두를 이유도 없다”고 밝히며 “그러나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주고,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단 한번의 협상에서도 사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수영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며 체력관리를 하고 있는 그는 “난 야구선수고, 그라운드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며 계약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 관리에 철저할 뜻을 내비쳤다. 또 “일본에 가기로 한 이상, 내 도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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