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케팅]현대건설, 건설명가의 후원, 배구명가의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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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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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여자배구단은 실업 시절 명실상부한 최고의 배구 명가였다. 1977년 창단한 현대배구단은 대통령배(백구의 대제전·1984∼1994)에서 5차례나 우승컵을 안았다.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이후 LG정유로 명칭 변경)가 1991년부터 1999년 슈퍼리그까지 겨울리그 9연패를 달성하는 동안 주춤했지만 2000년 슈퍼리그에서 LG정유를 끌어내리고 정상에 오른 뒤 5연패에 성공하며 남녀 팀을 통틀어 유일한 겨울리그 10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나 2005년 프로 출범 이후에는 예전 같지 못했다. 2008∼2009시즌까지 정규리그 3∼5위를 맴돌았다. 퇴색한 배구 명가의 자존심은 2009∼2010시즌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흥국생명을 정상에 올려놓고도 해임됐던 황현주 감독을 영입하자 직전 시즌 4위에 그쳤던 팀이 단숨에 정상으로 점프했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에서 KT&G(현 인삼공사)에 2승 4패로 밀려 준우승에 그쳤던 현대건설은 2010∼2011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4승 2패로 누르고 마침내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명가의 부활은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건설은 2009∼2010시즌을 앞두고 황 감독을 영입해 선수단을 재정비한 것 외에도 선수단의 훈련 여건 개선을 위해 경기 용인시 마북동에 있는 체육관과 숙소를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했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설도 늘렸고 2명씩 쓰던 방을 독실로 개조해 쓰게 했다. 자사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에 들어가는 최고급 내장재로 꾸며줬다.

2009년 12월 31일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종무식 행사에서는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황 감독과 주장 윤혜숙, 그리고 외국인 선수 케니에게 우수 임직원 공로상을 줬다. 종무식 때 배구단 코칭스태프나 선수가 공로상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모기업의 관심을 몸으로 느낀 선수들은 더욱 흥이 났다.

2000년대 전반기를 호령했던 현대건설은 2010년부터 다시 날아올랐다. 그리고 다가오는 2011∼2012시즌에서 정규리그 3연패와 2년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성공한다면 황 감독과 김연경(페네르바체)을 앞세워 2005∼2006시즌부터 3년 동안 프로배구를 평정했던 흥국생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아마추어 최강자였던 현대건설이 프로에서도 새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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