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자나깨나… 죽기살기로… 6강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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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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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훈련 중인 SK 문경은 감독대행

《“수위 아저씨랑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저를 보는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대행’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긴 했지만 2군 코치에서 1군 감독이 되고 나니 주변의 시선이 달라지더란다. 용인에 있는 SK체육관에서 일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부터 그랬단다. “네가 될 줄 알았다” “너 아니면 누가 하겠냐”는 지인들의 축하도 많이 받았다. 대학 때부터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그도 주위 사람들이 비행기를 태우니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더란다. 현역 시절 3점슛으로 이름을 날리며 한국 농구의 슈터 계보를 이은 문경은(40). 그가 10월 13일 막이 오르는 2011∼2012시즌 프로농구에서 감독으로 데뷔한다. 시즌 개막을 한 달가량 앞두고 호주 멜버른에서 선수들과 함께 전지훈련 중인 SK 문경은 감독 대행(이하 감독)을 6일 만났다.》

호주 멜버른에서 전지훈련 중인 문경은 SK 감독대행.멜버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호주 멜버른에서 전지훈련 중인 문경은 SK 감독대행.멜버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문 감독은 13시즌의 프로생활을 끝으로 지난해 5월 SK에서 은퇴했다. 이후 SK 2군 코치를 맡다가 올해 4월에 감독이 됐다. 전임자이던 신선우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바람에 선수 유니폼을 벗은 지 1년도 안 돼 지휘봉을 잡게 됐다.

“너무 빨리 감독 자리에 오른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 질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답이 일사천리다. “코치 오래 한다고 감독 자격증 주는 것 아닙니다. 허허허.” 나름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2군 코치를 거쳐서 기회가 되면 1군 수석코치도 경험하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감독이 되는 목표를 세웠다. “생각보다 빨리 감독이 된 건 맞아요. 경험 부족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좋은 성적 내면 다 해결됩니다.”

주변의 시선이 달라지고 축하 전화도 많이 받았지만 감독 되고 좋았던 날은 그날 딱 하루뿐이었다고 한다. “아는 농구인 선배들이 나타나 저를 비웃는 꿈도 꿨어요.” 꿈에서 이런 말을 해대더란다. “경은이가 벌써 감독을 해? 아는 게 뭐가 있다고?” 감독 된 후로 한동안은 잠도 제대로 못 잤고 담배도 늘었다.

스타 선수는 훌륭한 감독이 되기 힘들다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오기가 생겼다. “1990년대에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며 농구대잔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선수 중 제가 제일 먼저 감독이 됐어요. 그때 오빠부대 팬을 위해서라도 감독으로 꼭 성공하고 싶어요.”

그는 어떤 감독이 되고 싶어 할까. 용장, 지장, 덕장, 맹장 중에 하나 골라보라고 했다. 그런데 2개를 고른다. “지덕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실력도 있고 선수들한테서 신뢰도 받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단다. “둘 중 하나만”이라고 다시 물었다. 그는 “제 성격이 어디 가겠어요”라며 지장을 포기하고 덕장을 끝까지 지켰다. 문 감독은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성격이다.

“감독이 되고 나서 선수들한테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한 게 있냐”고 물어봤다. 선수 시절 잘나갔던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면 자주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나는 잘했는데 너는 왜 못하냐. 나는 다 되던데 너는 그게 왜 안 되냐.” 이런 말은 절대 안 하기로 했단다.

SK는 최근 3년간 계속 하위권이었다. 감독 대행인 데다 초짜라고 해도 부담이 없을 리 없다. 올 시즌 목표를 물어봤다. “이미 몇 군데 기사가 났던데요. 우리가 꼴찌 후보라고. 허허허. 목표는 ‘죽기 살기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입니다.”

멜버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문경은

△출신교=광신상고, 연세대 △프로 성적=1997∼2010년 13시즌 동안 610경기에 출전해 9347득점(평균 15.3득점). 1997∼1998,1998∼1999, 2002∼2003, 2004∼2005, 2005∼2006시즌 3점슛 1위. 3점슛 1669개로 최다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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