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피어슨이 ‘저주’ 깨는 순간 저 역시도 속이 시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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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7시 00분


‘데일리프로그램’ 제작 이재범씨

데일리프로그램의 표지모델은 대회 초반 모두 불운에 빠졌다. 데일리프로그램의 저주는 모든 선수, 전 세계 언론의 관심사가 됐다. 
‘데스노트’의 제작 실무를 맡았던 이재범 씨가 4일 폐막을 앞두고 대구의 추억이 될 데일리프로그램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대구|전영희 기자
데일리프로그램의 표지모델은 대회 초반 모두 불운에 빠졌다. 데일리프로그램의 저주는 모든 선수, 전 세계 언론의 관심사가 됐다. ‘데스노트’의 제작 실무를 맡았던 이재범 씨가 4일 폐막을 앞두고 대구의 추억이 될 데일리프로그램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대구|전영희 기자
3일 대구스타디움.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 허들에서 우승한 샐리 피어슨(호주)에게 데일리프로그램이 날아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사진이 표지에 담긴 책자를 관중에게 보여준 뒤 바닥에 내던져버렸다. ‘저주’도 그렇게 날아갔다.

대회조직위원회에서 매일 발간하는 데일리프로그램은 그날 경기에 대한 기본정보를 담는다. 표지 모델은 당연히 유력 우승 후보.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줄줄이 표지 모델들이 추락하면서 ‘데일리프로그램의 저주’는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데일리프로그램 제작 관련 실무를 담당한 조직위 미디어관리부 이재범(37) 씨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1일차 스티브 후커(호주)가, 2일차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모두 떨어지자 저희도 의식이 됐지요. 그런데 3일차(로블레스)도 실격을 당한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외신에서 저주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징크스가 이어지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서도 “내일 표지 모델은 누구냐”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높이뛰기 여왕’ 블랑카 블라시치(크로아티아) 측은 이메일을 통해 ‘표지 모델로 선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오기도 했다. 제작 실무자들에게는 외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자신이 밤새 만든 책자를 집어던지는 피어슨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음속으로 피어슨을 응원했어요. 저주가 깨지기를 바랐으니까요. 저 역시도 속이 시원했지요. ‘저주 스토리’의 화룡정점이 된 것 같아요.”

덕분에 마지막 날 데일리프로그램 표지모델은 마음 편히 볼트로 택할 수 있었다. 볼트의 자메이카 역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데스노트’를 빗겨갔다. 무섭게 타오르던 저주의 불길도 폐막과 함께 잦아들었다. 결국 ‘데일리프로그램의 저주’는 대구세계선수권을 상징하는 추억으로 남게 됐다.

대구|전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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