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곰 깨운 ‘이종욱 사구투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30일 07시 00분


1회 첫 타석, 삼성 차우찬의 9구째 공이 머리 쪽으로 날아와 헬멧을 강타했다. 상대적으로 구속이 느린 커브였지만 귀 쪽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한동안 귀에 손을 갖다댄 채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습. 하지만 그는 곧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인 뒤 1루로 나갔고 기어코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28일 잠실 삼성전은 두산 이종욱(30)의 투혼이 빛난 경기였다. 교체돼도 무방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고참의 솔선수범에 잠자던 두산도 깨어났다. 득점권 빈타에 허덕이던 타선이 터지기 시작했고, 짜임새 있는 수비가 살아났다. 결국 김동주의 연타석홈런과 김선우의 7이닝 1실점 역투로 팀 4연패를 끊고 6위까지 탈환했다. 김광수 감독대행은 경기 후 “(김)선우와 (김)동주도 잘 해줬지만 이종욱의 투혼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플레이가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얘기였다.

이종욱은 원래 그런 선수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팀이 리버스스윕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에게 먼저 2승을 내줘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4차전(1승2패), 그는 1회 첫 타석부터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당시 덕아웃에 있던 관계자는 “이종욱 같은 고참이 첫 타석부터 몸을 날려 안타를 만들어내니 벤치에 있던 선수들 눈빛이 달라지더라”고 귀띔했다.

두산은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뛰는 특유의 팀컬러를 가졌다. 사실상 4강권과 멀어졌음에도 구단 창단 이후 최초 3년 연속, 롯데에 이어 시즌 2번째로 100만 관중 돌파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서른하나 이종욱의 허슬플레이가 있다.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