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본보 초청으로 지구촌 축제 감동을 함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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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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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회식 관람 봉화 물야초교 북지분교 학생들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회식에 경북 봉화군 물야면 물야초교 북지분교생 9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나중에 우리도 지구촌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회식에 경북 봉화군 물야면 물야초교 북지분교생 9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나중에 우리도 지구촌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야∼! 멋지다. 정말 지구촌이네. 우리도 나중에 이렇게 많은 나라가 오는 곳에서 뽐냈으면 좋겠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회식이 열린 27일 오후 7시 대구스타디움. 6만여 관객이 스타디움을 꽉 채운 가운데 한쪽에서 꿈나무 어린이 9명이 손뼉을 치며 함성을 질렀다. 동아일보가 마련한 이날 개회식 관람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경북 봉화군 물야면 물야초교 북지분교(교장 정필교) 학생. 전교생 17명중 9명이 참석했다. 계명대는 개회식 입장권을 후원했다.

아이들은 이날 오후 2시 교정에 모여 승합차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봉화는 영화 ‘워낭소리’로 널리 알려진 두메산골. 북지분교는 면 소재지에서도 자동차로 20분가량 더 떨어진 산골이다. 스타디움 앞에 도착한 아이들은 대회 마스코트인 살비와 기념사진을 찍고 육상체험관에서 달리기와 멀리뛰기 등을 하면서 개회식을 기다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요즘 초등학교에서 자주 실시하는 또 하나의 체험학습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수많은 관객에 섞여 입장한 뒤 개회식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돌변’했다. 멋진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다. 좋아하는 과자에도 손이 가지 않았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수십 명의 무희가 다듬이질로 화합과 소통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장면에서는 연방 탄성을 질렀다. 이 학교 5학년 이지은 양은 “연기자들의 호흡이 놀랄 만큼 척척 맞아떨어진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형 전광판을 통해 공연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진한 군(5학년)은 “이렇게 큰 경기장에 와 본 적은 태어나 처음이다.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경기장으로 내려가 함께 달리고 싶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회를 선언하자 아이들은 목이 터져라 ‘와∼’ 하며 함성을 질렀다. 김민서 군(4학년)은 “대통령이 어디 계세요? 가까운 곳에서 꼭 한번 보고 악수도 해봤으면 좋겠어요”라며 흥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대회 참가 202개국 국기가 줄지어 들어설 때 아이들은 “이렇게 많은 나라가 지구에 있느냐.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국기를 보기는 처음”이라며 좋아했다. 김영서 양(5학년)은 “오늘은 세계 여러 나라가 대구에 모두 모여 잔치를 시작하는 날”이라며 “한마디로 멋지다”고 감탄했다.

아이들은 역시 불꽃놀이와 가수 공연 행사에 열광했다. 성악가 조수미 씨의 축하공연을 비롯해 공식 주제가(‘Let's go together’)가 스타디움을 꽉 채우자 아이들은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였다. 남쪽 방향 하늘에 특수장치로 꾸민 미디어 달을 가리키며 환호하는 모습은 개회식의 또 다른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다. 김누리 양(5학년)은 “엄마가 ‘평생 처음 보는 대회’라고 해서 기대는 좀 했는데 오길 너무 잘했다”며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을 보며 내 꿈도 저렇게 빛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여자 400m 예선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응원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현정 양(6학년)은 “선수들이 트랙을 달리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같이 뛰고 있는 기분”이라며 “선수들이 출발하자 경기장 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군대에서 훈련을 하는 것같이 보였다”고 말했다.

봉화로 돌아갈 승합차가 스타디움에 도착하자 “내일 또 오면 안 되느냐. 오늘 입장권을 내일도 내고 들어갈 수 없느냐”며 아쉬워했다. 김한샘 군(3학년)은 “내일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사인 볼트가 달린다는데…”라며 차에 올랐다. 학생들과 함께 온 박윤화 교사(53·여)는 “이처럼 감동적인 순간을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정말 행운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아이들도 평생 가슴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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