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SK 감독 “올시즌 끝으로 그만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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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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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창단 후 팀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긴 감독, 그것도 최근 4년 간 3번의 우승을 차지한 명장. 그의 선택은 자진 사퇴였다.

SK 김성근 감독(70)이 올해를 끝으로 SK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김 감독은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올해 SK와의 계약이 끝나면 감독을 그만두겠다. 재계약과 관련해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지금이 사퇴 발표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즌 중 사퇴 선언이다. 그것도 선두 싸움 중인 팀의 수장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프로야구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 SK에 대체 무슨 일이


2007년 SK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팀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 재계약을 했다. 지난해에도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도 시즌 중반까지 선두를 달리는 등 성적으로만 보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김 감독과 구단의 갈등은 오래 전부터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구단은 김 감독의 야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 "깨끗하지 못하다" "그룹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들이 끊이질 않았다.

김 감독이 폭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올 초 구단 최고위층이 재계약 의사를 전한 이후 계속 시기를 미뤄온 탓이 크다. 김 감독은 올 초 구단으로부터 일찌감치 재계약 의사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이후 구단은 "재계약 관련 결정은 시즌 후로 미루자"며 말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구단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감독은 "한 야구 후배의 이름을 꺼내면서 '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감독 선임은 구단의 권한이다. 그러나 내게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실례 아닌가. 5년간 고생했던 시간이 떠올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야구 후배는 이만수 SK 2군 감독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SK 구단은 김 감독의 전격 사퇴 발표에 대해 "너무 갑작스런 일이다. 당혹스럽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김 감독의 시즌 후 사퇴 선언으로 지난해 4강 사령탑이 모두 물러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지난 시즌 후 삼성 선동열 감독과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경질됐고, 두산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중 성적 부진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김 감독은 "현재 다른 계획은 없다. 내가 나가야 구단이 움직이기 좋을 것 아닌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할 생각이다. 마지막까지 잘하는 것이 팬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사퇴 의사를 번복할 것을 요청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난 생각보다 고집이 세다. 안 한다면 안 한다"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분명해 했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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