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혀 날름? “음, 커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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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0일 07시 00분


주로 직구-변화구 던질때 동작 달라
정민태코치도 현역때 약점 간파당해
껌씹던 투수, KS서 껌뱉어 상대 당황
美선 마이너때부터 버릇 보는 법 배워

‘투수의 버릇’ 눈치싸움

심수창이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직후였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심수창이 견제구를 던질 때와 투구를 할 때미세한 동작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고쳤다.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밴 투수의 버릇은 눈썰미 좋은 타자(또는 주자)에게 ‘이렇게 던지겠다’는 예고와 같다. 그래서 이 ‘버릇의 간파’를 둘러싼 눈치싸움 역시 치열하다.

○버릇의 종류는?


투수의 버릇은 주로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의 동작 차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셋 포지션에서 글러브를 두는 위치, 글러브 속에 손을 넣는 각도, 키킹 할 때 다리의 높이 등이 대표적이다. 전력분석팀에선 이를 파악하기 위해 직구와 변화구를 던지는 장면을 연속사진으로 찍어 비교하기도 한다.

견제와 투구 동작 사이에서 버릇이 다른 경우도 있다. 지난 시즌 넥센에서 뛴 외국인투수 번사이드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시즌 초반 SK가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많은 도루를 기록했지만, 넥센 코칭스태프에서 이 버릇을 고친 이후에는 역으로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통산도루 1위(550개) 전준호(전 SK 코치)는 “도루는 발이 아니라 눈으로 한다”고도 말한다.

○A급 투수는 버릇이 없다?

특급투수라고 버릇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넥센 정민태 코치는 1998년(17승9패)과 1999년(20승7패) 당시 한국 최고의 투수였다. 하지만 유독 LG에만 약점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심재학(넥센 코치)이 2000년 LG에서 현대로 트레이드된 뒤 알게 됐다. 버릇이 노출된 것이었다. 이후 정 코치는 상대 전력분석팀에서도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백기투항한 무결점의 투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파워커브의 달인으로 불렸던 김상엽(전 삼성)도 특정구종을 던질 때 혀를 내미는 버릇이 있었다. 2003년 한국시리즈 당시 주가를 올리던 모 투수는 구종별로 껌을 씹을 때 미세한 차이가 있었지만 아예 껌을 뱉고 등판해 상대팀을 당황하게 만든 일화도 있다.

○A급 타자는 버릇을 잘 본다?

보통 한국과 일본 타자들이 버릇 파악에 능숙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심재학 코치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그는 1990년대 중반 미국 교육리그에 참가했던 경험을 돌이켜보며 “미국에선 마이너리그 때부터 버릇을 보는 법을 배운다”고 지적했다.

영화 ‘미스터 3000’에서도 은퇴를 번복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타자가 동료들에게 상대투수의 버릇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온다. 심 코치는 “이승엽(오릭스)과 이진영(LG), 김재현(전 SK) 등도 상대의 버릇을 잘 간파하는 뛰어난 눈썰미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사직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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