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3D 인터뷰] SK 안치용, 트레이드가 게으른 천재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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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0일 07시 00분


LG시절 개인훈련 한번 해본 적 없었는데…
SK 이적 후 맹연습…야구인생 터닝포인트
후반기 벌써 7홈런 괴력…난세의 영웅 부활

3번 봉중근∼4번 안치용∼5번 김광삼. 1997년 신일고는 고교야구 최강의 팀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안치용이 있었다. 모든 
것이 장밋빛이었던 아마추어 시절, 그러나 프로는 게으른 천재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안치용은 지난해 SK로 트레이드된 뒤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고 올 시즌 후반기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로 폭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3번 봉중근∼4번 안치용∼5번 김광삼. 1997년 신일고는 고교야구 최강의 팀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안치용이 있었다. 모든 것이 장밋빛이었던 아마추어 시절, 그러나 프로는 게으른 천재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안치용은 지난해 SK로 트레이드된 뒤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고 올 시즌 후반기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로 폭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SK 안치용의 방망이가 폭발하고 있다. 8일까지 후반기 11경기에서 타율 0.486, 7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홈런 7개를 뽑아내는 괴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LG에서 SK로 트레이드되면서 안치용은 달라졌다. 훈련을 하지 않던 ‘게으른 천재’에서 훈련밖에 모르는 ‘노력하는 천재’로 변했다. 그의 맹타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김성근 감독은 “안치용이 야구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상승세의 지속을 전망했다. 올 시즌 그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것 하나뿐’이다.

■ 안치용이 말하는 안치용


○평생 잊지 못할 밤이었죠!


2010년 10월 19일. 야구를 한 이후 가장 잊지 못할 밤이었다. 그날 SK는 삼성을 누르고 통산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모두가 좋아했지만 안치용은 기쁘지 않았다. “운 좋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제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죠.”

시즌 도중 트레이드돼 SK 유니폼을 입었고, 왼손 골절로 페넌트레이스를 다하지도 못했다. 모두 우승의 기쁨을 자축한 즐거운 밤에 안치용은 홀로 방에 있었다. “스프핑캠프부터 함께 고생한 것도 아니고, 우승은 했는데 자꾸 서글퍼지더라고요.”

혼자 많은 생각을 했다. ‘떳떳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뻐할 수 있는 선수가 되자’고 다짐했다. ‘잊혀진 야구선수 안치용의 모습을 되찾자’고 했다. 호텔 방에서 묵묵히 방망이를 휘둘렀다. 평생 잊지 못할 밤이었다.

○20대에 트레이드됐으면 도망갔죠!


안치용은 지난해 7월 28일 트레이드가 발표되자마자 경기고로 갔다. 김성근 감독의 특타가 기다리고 있었다. SK는 훈련량이 가장 많은 팀이다. 안치용이 SK로 트레이드될 때 야구인들은 걱정했다. ‘훈련 안하는 안치용이 과연 SK의 훈련량을 소화할 수 있을까?’ “제가 20대에 트레이드됐으면 도망갔던지, 아프다고 핑계 대고 훈련을 안 했겠죠.”

하지만 그의 생각은 바뀌어 있었다. “한번 해보자! 얼마나 훈련을 많이 하는지.” LG에서 그는 왜 그렇게 훈련을 싫어했을까? “개인훈련 한번 해본 적이 없었어요. 절박함도 없었고. 그냥 하기 싫었어요. 노는 게 좋았고.” 그는 말했다. “선수는 스스로 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을 때 발전합니다. 저에게 트레이드는 분명한 터닝 포인트죠.”

○수만 번 타격훈련 하면서 안쳐본 공이 없다!


“야구선수들 비 오면 좋아하죠. 쉬니까. SK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난생 처음 참가한 SK의 스프링캠프에서 비 오는 날은 죽는 날이었다. 실내훈련장에서 12시간 동안 타격을 했다. 선수도 힘들지만 공을 던져주는 코치들도 땀을 뻘뻘 흘린다. 타격에는 항상 테마가 있다.

김성근 감독은 생각 없이 치는 것은 노동이라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고, 어떤 스윙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 SK에는 휴식일이 없다. 쉬는 날 특타와 특수에 참가하는 선수가 전체 인원의 90%다.

“하루 수천 개를 치고 캠프 기간 동안 수만 번 스윙을 하다보면 안쳐본 공이 없어요.” 힘이 들었지만 성취감도 컸다. 8월 5일 문학 KIA전에서 윤석민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 몸쪽 공을 완벽하게 쳤다. “캠프에서 기계볼을 칠 때 몸쪽 공 치던 훈련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는 몸쪽 공에 대한 본능적 반응이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후배들이 말했다. “형! 시즌 중에 몸이 많이 아플 거예요. 저희는 단련이 됐지만….” 정말 몸이 아팠다. 생애 가장 많은 훈련을 하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결국 6월초 어깨부상으로 2군에 갔다. 지금 안치용은 최고 컨디션이다. 몸도, 마음도, 집중력도 최고다. 후반기 그가 최고의 타격을 하고 있는 이유다. “올해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 하나고요. 시즌 끝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장 큰 꿈은 한 시즌 30홈런!

김성근 감독은 안치용의 스윙을 칭찬했다. 파워 포지션에서 임팩트 순간까지 가장 빠르고 간결하다고 설명했다. 안치용의 꿈은 한 시즌 30홈런을 치는 것이다. 그는 “내가 홈런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30홈런은 꼭 도전해보고 싶은 목표”라고 설명했다.

2008년 LG 팬들은 안치용을 ‘난세의 영웅’으로 불렀다. 3년 뒤 이번에는 SK 팬들이 그를 또 한번 ‘난세의 영웅’으로 부르고 있다. 난세의 영웅은 마찬가지만 분명 달라진 것 하나가 있다. ‘게으른 천재’ 안치용이 아닌 ‘노력하는 선수’ 안치용이라는 점이다.

■ 김성근 감독이 말하는 안치용

임팩트 간결…3할3푼 가능

○3할3푼은 충분히 칠 수 있는 타자다=좋은 스윙을 갖고 있다. 파워 포지션에서 임팩트 순간까지 간결하고 빠르다. 공을 때리는 순간의 집중력도 좋다. 3할3푼은 충분히 칠 수 있는 선수다.

○내년에는 주전 외야수다=계속 좋은 타격감을 이어갈 것이다. 선구안이 좋고 변화구도 잘 친다. 타구에 회전을 걸어 멀리 보내는 능력도 있다.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타자다.

○이제 시작이다=
트레이드된 이후 본인이 노력하고 있다. 훈련을 통해 기술과 체력이 함께 좋아졌다. 지금처럼 하면 된다. 32살이면 늦은 나이가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 넥센 박병호가 말하는 안치용

호타준족…타석 집중력 최고


○맘먹고 하면 무서운 타자=LG 2군에 있을 때 치용이 형은 맘먹으면 달랐다. 홈런 친다고 하면 그날은 홈런을 쳤다. 타격능력은 타고난 선배다. 맘먹으면 치용이 형은 정말 무서운 타자다.

○집중력 최고=우리끼리는 치용이 형을 호타준족이라고 불렀다. 잘 치고 발도 빠르다. 가장 부러운 것은 집중력이다. 타석에서 집중력은 치용이 형의 최고 장점이다.

○형이 얼마나 할지 기대된다=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날 치용이 형한테 전화가 왔다. 힘을 내라는 격려전화였다. 형이 얼마나 잘할지 솔직히 기대가 크다. 능력이 있으니까 대박 한번 터트릴 것 같다.

○안치용은?
▲생년월일=1979년 2월 23일
▲출신교=미성초∼신일중∼신일고∼연세대
▲키·몸무게=183cm·90kg(우투우타)
▲프로 입단=1998 신인 드래프트 LG 2차 우선지명, 2002년 연세대 졸업 후 입단(2010년 SK로 이적)
▲2010년 성적=30경기 48타수 15안타(타율 0.313) 1홈런 4타점 49득점
▲2011년 연봉=55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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