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투어매니저는 ‘바늘과 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5일 07시 00분


클럽 제작 등 주임무 외에도 캐디·운전사 역할
1년 중 200일이상 동고동락…가족처럼 가까워


축구나 야구 선수 뒤에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있다면 프로골퍼에게는 투어매니저(또는 투어랩)로 불리는 지원군이 있다. 선수가 사용할 클럽을 만들어주고, 어떤 클럽을 사용하는 지 조사하는 게 이들의 가장 큰 임무지만 때로는 캐디와 운전기사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들이다.

4일 한국프로골프투어 조니워커오픈이 열린 제주 오라골프장에서도 선수들과 함께 필드를 누비고 있는 투어매니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캘러웨이골프 이태희 과장(36)은 투어매니저들 사이에서 맏형격이다. 투어 현장에서만 6년 넘게 보낸 베테랑이다. 그는 가장 친한 배상문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한일전 때의 일이다. 일본에서 경기하던 상문이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대뜸 ‘한일전 때 캐디를 구하지 못했으니 형이 해달라’고 했다. 며칠 남겨두지도 않아서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랴부랴 캐디를 했다. 한일전만 아니었더라면 거절했을 텐데 정말이지 죽도록 고생했다.”

클리브랜드골프 주영민(32) 팀장은 하루 10시간 동안 꼬박 클럽을 만들었던 사연을 털어놨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선수들의 요구가 많아진다. 평균적으로 대회기간 동안 하루에 10∼20개 정도의 클럽을 만드는데 지난 매경오픈 때는 하루에 웨지만 48개를 만들어준 적이 있다. 1개의 클럽을 만드는 데 10∼15분 정도 걸리는데 그날은 하루 종일 웨지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투어랩이 되면 1년 중 200일 이상을 골프장에서 살아야 한다. 집보다 골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낄 때가 더 많다.

이 과장과 주 팀장은 “우리가 만들어준 클럽으로 우승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다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필드로 향했다.

제주|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