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마지막 50m는 가장 빨라… ‘스프린터 朴’을 보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박태환,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0.04초 차 4위

“내년 런던올림픽서 재대결하면 이길 자신 있다”

‘아! 5m만 더 길었다면….’

26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을 마친 ‘마린보이’ 박태환(22·단국대)은 아쉬움에 탄성을 질렀다.

막판 불같은 스퍼트로 따라붙었지만 1분44초92로 4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1위를 차지한 미국의 라이언 록티(1분44초44)와는 불과 0.48초 차. 2위인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1분44초79)와 세계기록(1분42초F) 보유자 파울 비더만(1분44초88·독일)과는 터치패드를 누가 먼저 찍느냐는 간발의 차이였다. 그만큼 박빙이었다. 터치패드가 5m만 뒤에 있었어도 은메달까지 노려볼 수 있었던 셈이다.

24일 자유형 400m 챔피언에 오른 박태환이 2관왕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200m에서도 세계 정상 등극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막판에 보여준 스퍼트는 가공할 만했다.

100m를 51초84로 6위로 돈 박태환은 150m까지 50m를 26초73에 주파했다. 1위로 달린 록티에 이어 구간 랩타임 2위. 막판 50m에서는 26초35를 기록해 8명 중 구간 기록 1위를 기록했다. 이 랩타임은 스타트부터 50m까지를 제외한 전 선수 전체 구간 랩타임 2위. 힘겨운 싸움이 이어지는 100m 이후에 보여준 스퍼트라 더 빛났다.

권태현 박태환 전담팀 트레이너는 박태환이 400m에 이어 200m에서도 폭발적인 스퍼트를 낼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박태환의 젖산 역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젖산 역치는 체내에서 젖산이 급격하게 쌓이는 시점이다. 우리 몸은 에너지를 쓸 때 유산소와 무산소로 구별된다. 무산소로 에너지를 쓰면 체내에 젖산이 쌓인다. 젖산이 쌓이면 피로를 느껴 스퍼트를 할 수 없다. 육상 100m를 전력질주하면 더는 뛸 수 없는 이치다. 박태환은 유산소 에너지를 사용하며 젖산이 쌓이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면서도 페이스를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슷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키웠기 때문에 이번에 다른 선수들이 지쳤을 때도 괴력의 스퍼트를 보여줄 수 있었다.

박태환은 개인 최고 기록(1분44초80·아시아기록)에 0.12초 뒤진 좋은 기록을 세우며 내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박태환은 “후회는 전혀 없다. 세계적 선수들과 레이스를 펼칠 수 있어 영광이다. 큰 경험이었다. 이번에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런던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못 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올림픽에서 재대결하면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스에서는 큰 실력 차가 없다. 다만 스타트와 턴 등을 열심히 보완해야 한다”고 자평했다.

박태환은 27일 이번 대회 마지막 출전 종목인 자유형 100m 예선에 출전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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