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강원FC 김원동 사장 “정치적 사퇴? 아름다운 이별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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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7시 00분


김원동 강원FC 사장이 구단 CEO로 몸담았던 소회를 밝히고 있다. 강원FC 초대사장으로 팀이 성공적으로 리그에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김 사장은 22일 공식적으로 물러난다.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김원동 강원FC 사장이 구단 CEO로 몸담았던 소회를 밝히고 있다. 강원FC 초대사장으로 팀이 성공적으로 리그에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김 사장은 22일 공식적으로 물러난다.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22일 퇴임 앞둔 강원FC 사장

2009년 1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춘천에서 강원FC 김원동(54) 사장을 만났다. 창단 팀 초대 사장의 각오를 듣는 자리였다. 당시 김 사장은 자신만만했다. 수익 창출을 위해 스포츠마케팅을 강조했고, 지역민을 끌어안을 복안을 침이 마르도록 설명했다. 그 후 2년 6개월. 그동안 김 사장은 열정적으로 일했다. 창단 팀의 티를 벗는 데는 김 사장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그는 11일 이사회를 통해 사퇴의사를 밝혔고, 22일 사장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다. 그의 사퇴를 놓고 이런 저런 얘기가 나도는 가운데, 14일 스포츠동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도지사 교체후 나온 외압설 언급 무의미
주위 협조 어려울것 같아 후임위해 결단
승부조작? 강원 만큼은 청정지대 확신!
재충전후 한국축구 위한 새 일 찾아볼 것

-심정은 어떻습니까.

“(떠난다는 소식에) 팬들이 많이 아쉬워하니깐, 잘하진 못해도 못하진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원래 내 특기가 길 닦기 아닌가. 그래도 아쉬움이 훨씬 큽니다. 기존에 가꾸어진 팀이 아니라 무에서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인프라 구축은 완성됐고요. 그런데 막상 떠난다는 생각이 드니, 아차 싶더라고요. 아, 이 팀이 더 안정이 돼야 하는데. 내 자식과도 같은 부분인데. 영원한 내 자리는 없잖아요.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연을 모두 끊어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허탈했죠.”

-축구단 CEO의 고민은 무엇인지.

“무엇보다 구단 수익과 경영 안정화입니다. 경기력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재정적인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요. 경영 안정화를 포커스를 두다보면 경기력이 다소 흔들릴 수도 있고요. 일각에서는 쉽게 생각해요. 경기가 재미있으면 팬들이 많이 들어오는 건 맞아요. 한데, 우리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아직은. 입장 수익이 예산의 10%도 채 미치지 못합니다. 사실 경기력에 초점을 두기는 정말 어려웠다란 생각이 들어요.”

-재임 동안 눈물을 꾀나 흘렸는데요. (김 사장은 감성이 풍부한 탓인지,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면 눈물을 보였고, 종종 카메라에 잡혀 눈길을 끌었다.)

“나도 나름대로 강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울컥 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고향 분들이 열렬히 환영해주시고. 물론 처음에 모든 분들이 환영해주신 건 아니었죠. 프로연맹 사무총장을 그만두고 대체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왔나하고 지켜보는 의혹의 시선도 느꼈고요. 창단 첫 시즌, 언젠가 비가 엄청 내릴 때 완패하고서 서포터스 석을 향해 우산 없이 다가갔죠. 이를 한참 지켜본 팬들이 박수를 치며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더라고요. 아, 이제 나도 강원 팬들이 인정을 해주시는구나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강원도지사가 바뀌었다. 강원FC 축구단의 구단주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다. 최 지사가 당선된 이후 김 사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정치적인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항간에는 정치적인 사퇴로 보고 있는데요.

“난 오직 축구만 생각했고, 오직 축구를 위했기 때문에 사실 거기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솔직히 외압이란 표현도 나오는데, 난 정치인이 아니잖아요. 결국 축구는 축구로 봐야 하는데.”

-그럼, 떠나게 된 계기가 구체적으로 뭔가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주변 협력과 도움도 받아야 하는데, 다소 힘들어지겠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됐죠. 차라리 새 사람이 좀 더 쉽게 끌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김 사장이 축구계에 발은 디딘 것은 1993년이다. 정몽준 명예회장이 협회의 수장으로 오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2008년 프로연맹 사무총장을 끝으로 축구회관을 떠난 그는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 언론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그런데 지난 달 김 사장이 승부조작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한 언론사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강원FC가 승부조작 파문에 3명의 선수가 연루됐다는 보도에 발끈해 기자회견을 열고 “승부조작이 이뤄졌다는 해당 경기의 비디오 판독을 했지만 증거를 잡아낼 수 없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강원도 승부조작 연루 관련 소문이 있었는데요.

“(아니라고) 확신을 합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맞잖아요. 100% 자신할 수 없지만요. 다만 이번 사태가 너무 아쉬워요. 한국 축구가 지나치게 승부욕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이런 상황까지 직면했다고 생각해요. 미처 승부 외적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했던 거죠. (선수단은) 많아야 40여 명이잖아요. 군대로 치면 1개 소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죠. 이를 제대로 파악 못한다는 건 정말 문제가 있는 거죠. 항상 선수단 훈련을 보고나면 뭔가 느낌이 있어요. ‘아, 저 친구가 안 좋구나’란 직감? 그렇게 교감을 나누다보니 나름대로의 자신감은 있었죠. 우리 선수들은 그래도 많이 깨끗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현재까지 강원은 승부조작 청정 지역입니다.(소속 선수 한명이 구속됐지만 그는 다른 구단에서 뛰면서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2008년 K3리그 승부조작 얘기가 나오면서 왠지 걱정스럽기도 했죠. 작년부터 우리가 자꾸 지니까 승부조작 얘기가 외부에서 돌더라. 그래서 어느 날 날을 잡아 선수들을 점검했는데, 모 선수가 불법 사이트에 접속을 하고 있더라. 죄다 조사도 하고. 그랬더니 많은 선수들이 50만 원 이상 베팅을 하기도 했죠. 일부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다 보니 그런 소문이 나돌더라. 지금까지도. 하지만 대부분이 돈을 벌지 못한다. 죄다 잃는다. 그냥 재미삼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베팅)해도 괜찮냐고 하자 스포츠토토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불법 베팅 얘기는 없었다고 하더라. 선수들이 무지한 거다. 순진하고. 그 날 이후 모조리 노트북을 압수했죠. 다시 교육을 했습니다. 작년 하반기 한일전 시기에 맞춰 연맹 이사회에서 이 사실을 고해성사하며 공론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문이 일파만파 번져 버린 거죠.”

-승부조작을 없애는 좋은 방법은.

“끊임없는 교육과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봐요. 일종의 패밀리 정신이죠. 선수들이 사장한테까지 다가가 농담을 걸 수 있는 여유, 선수들과의 믿음이 필요하죠. 러시앤캐시컵 결승전 보세요. 관중들이 엄청 들어왔죠. 승부조작 이후 폄훼하는 일부만큼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는 법이죠. 다만 뿌리를 뽑겠다는 자성이 필요해요. 연대 책임도 필요한거고요. 지도자들도, 구단도 죄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은 아쉬워요. 왜 45명을 관리하지 못하느냐.”

16일 울산전은 김 사장의 고별전이었다. 1-2로 패한 가운데 선수단은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사장도 운동장을 돌며 팬들과 이별을 고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재충전의 시간을 좀 갖고요. 가장 많이 아는 부분이 축구인데, 우리 축구 잘 되는 꼴을 봐야죠. 떠난다고 해서 매정하게 내치지 않는 팬들과 언론에게 고마워요. 떠날 때 아름답게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요.”

스포츠 2부 부장

김원동 사장? ○생년월일 : 1957. 11. 25 ○출신교 : 강릉고-명지대 행정학-세종대 체육학 스포츠마케팅 박사 ○출생지 : 강원도 강릉 ○주요경력 : 1993∼97 대한축구협회 지원총괄부장 / 1998∼2005 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 / 2005∼2008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 2008. 11∼ 2011. 7.22 강원F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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