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IOC 위원에 ‘맞춤형’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7일 0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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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전에서 'CEO 출신'이라는 장점을 십분 발휘하면서 사실상 유치전을 진두지휘해 온 것으로 6일(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시간) 전해졌다.

'단군이래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붙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유치전 및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전 때처럼 대통령이 직접 핵심 인사들을 접촉하고 전략까지 구상하는 전방위 활동을 펼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전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IOC 위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유치전 막바지였던 지난달과 이달, IOC 위원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맞춤형' 외교를 벌였다.

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가 국가별 표심이라기보다는 IOC 위원들의 개인적 의향에 많이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IOC 위원들의 개인적인 관심사항과 친분관계를 반영한 '서한'을 보냈다. 우편이 아니라 각국 대사와 특사 등이 직접 IOC위원들에게 전달하고, 한글 원본과 함께 해당국 언어 번역본을 첨부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 때문에 친서를 받은 일부 IOC 위원들은 많은 감명을 받았다며 IOC 총회가 열리는 남아공 더반에서 반드시 만나고 싶다는 강력한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IOC 위원들과의 전화통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상대방의 시차를 고려해 밤 11시에도 관저에서 전화통화를 마다하지 않았고 회의 도중이라도 전화가 연결되면 잠시 자리를 떠 통화했다.

공사다망한 IOC 위원들과의 통화가 그렇게 쉽지는 않아서 어떤 IOC 위원과는 10여차례 시도후 전화가 연결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한 IOC 위원과의 4번째 통화시도때 "꼭 통화하고 싶었는데 연결이 잘 안돼 메시지를 남긴다. 평창 유치에 보여준 관심과 지지에 감사드리며 더반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남겨 결국 통화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각종 국빈행사나 정상회담 등 정상 외교활동 중에도 평창 유치를 각국 정상에게 당부했고 한중일 정상회담 때는 아시아의 단합을 강조하면서 지지발언을 이끌어냈다.

각종 국제대회 참석차 방한하는 IOC위원들을 접견했고 해외 방문때도 해당국 IOC 위원들을 잊지 않고 만나 유치 노력을 기울였다. 부인 김윤옥 여사도 여성 IOC 위원들을 접견하며 힘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IOC 총회가 열린 남아공 더반에 도착한 다음날인 3일부터 5일까지 '부동층' IOC 위원들을 집중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시 이 대통령의 자서전을 들고와 친필서명을 받아간 IOC 위원도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IOC 총회 개막식과 리셉션에도 참석해 끝까지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기위해 노력했다.

이 대통령은 더반에서 IOC 위원들을 접촉할 때도 일일이 '맞춤형' 발언을 준비했는데 그때 그때 외우고 있는 것이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중간 중간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빵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번에도 아프리카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못하고 가는구나"라며 참모진에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경쟁국인 독일과 프랑스측은 이 대통령의 더반에서의 움직임에 대해 '인상적(Impressive)'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남아공 더반으로 향하는 전용기(공군 1호기) 안에서도 내내 평창 유치 프레젠테이션 연습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해외 출장때면 전용기 내에서 청와대 참모 등 주요 공식 수행원들과 수시로 회의를 가졌으나 지난 2일 전용기 내에서는 회의는 소집하지 않은 채 영어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장에서 개최지 선정 투표 직전 실시되는 후보지별 프레젠테이션이 표심의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2014 겨울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위한 IOC 총회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 프레젠테이션에 '깜짝 등장'하면서 분위기를 뒤바꾼 적이 있다는 점도 이 대통령이 프레젠테이션에 부쩍 신경을 쓴 이유였다.

이 대통령은 2일 오후(현지시간) 더반에 도착한 직후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유치 관련 보고를 받은 뒤 3일 내부 전략회의와 두 차례의 프레젠테이션 리허설에 참석해 원어민 전문가들과 함께 강도 높은 연습을 했다. 이 대통령은 3일 내부 전략회의에서 "비행기 내에서 목이 아플 정도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거듭된 연습에 한 참모가 이 대통령의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을 걱정하자 이 대통령은 "목소리가 갈라져도 진정성을 갖고 설명하면 감동을 줄 수 있다"며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내부 전략회의에서 아시아수영연맹회장, FINA(국제수영연맹)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또 기업 CEO 및 서울시장 때 맺은 체육계 인사들과의 인연 등 공감대가 있는 에피소드를 꼼꼼히 메모하면서 전략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평창 유치' 의지는 외양에서도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출국 당시 유치위 대표단복을 착용했다. 또 전용기의 대통령 출입문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기장 대신 평창 엠블렘과 깃발이, 탑승때 계단 역할을 하는 '스텝카'에는 'PyeongChang2018', 'New Horizons' 슬로건이 부착됐다.

이 대통령의 평창 유치 노력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11월 20일 평창을 방문, 유치위 관계자와 동계 종목 선수들을 격려한 자리에서 "반드시 유치에 성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지난해 3월 3일과 25일에는 각각 역대 대통령 최초로 겨울올림픽 및 장애인 겨울올림픽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했다.

동계종목 선수들에 대해 여름올림픽과 같은 수준의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했고 동계종목 육성 및 2010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선전을 위한 지원 방안을 세우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올해 2월 15일 IOC 실사단이 방한했을 때는 직접 평창을 방문해 실사단에 정부의 강력한 유치 의지를 전달했고, 유치위 및 강원도 관계자와의 만찬에서는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겠다. 대통령으로서 직접 유치활동에 나서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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