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외야 파울플라이 잡아? 말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6월 18일 07시 00분


16일 LG 이병규 1사 2·3루서 포기
타자 김상수 곧장 안타 승부 뒤집어

타자·불펜전력 등 고려해 선택해야
류중일감독 “이병규 상황 포기 맞아”
“수비 매뉴얼 필요…책임은 감독이”

승부처서 외야수들의 선택은?

팀이 1점차로 앞서고 있는 경기 중·후반, 1사 2·3루 상황에서 큼지막한 타구가 우측 선상을 벗어났다면 우익수는 이 공을 잡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잡는다면 3루주자가 리터치로 홈인해 동점이 되지만 대신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잡지 않는다면 일단 실점은 막을 수 있다. 리드를 지켰지만 다음 공으로 승부를 미뤄야 한다. 아웃카운트를 포기했기 때문에 대량실점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LG 베테랑 외야수 이병규는 2-1로 앞서던 6회말 1사 2·3루에서 실제로 이같은 갈림길에 섰다. 선택은 포구 포기. 그러나 김상수는 곧장 2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병규의 플레이는 지나치게 위험한 선택이었을까. 국내최고 수비코치로 꼽혔던 삼성 류중일 감독의 대답은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 모든 조건이 똑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도 이병규처럼 잡지 않았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타자, 투수, 불펜, 상대 다음투수까지 모두 고려해 판단


류 감독은 17일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8·9회였다면 판단이 더 쉽다. 그러나 6회에 1점차면 굉장히 어려운 순간이다. 중요한 건 타석에 어떤 타자가 있는가, 우리 팀 투수는 누구인가. 그리고 우리 불펜, 상대 불펜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김상수는 최근 잘 치고 있지만 9번 타자였다. 김선규는 LG 필승조 투수다.

불펜전력을 고려한다면 어제 상황은 잡지 않는 것이 리드를 지키는데 더 유리했다. 결과가 나빴을 뿐이다”고 말했다.

최근 LG는 불펜과 마무리가 완벽하지 않다. 반대로 삼성은 최강 불펜을 가진 팀이다. 중반 이후에 동점이 되면 삼성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또한 하위타선 타자라면 투수를 한 번 더 믿는 것이 결과에 따라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판단과 책임은 선수가 아닌 벤치, 감독의 몫


류 감독은 16일 상황 직후 수비코치에게 외야수들이 어떤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앞으로 비슷한 경우 자신과 의논해서 야수들에게 확실한 벤치의 판단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류 감독은 “수비코치를 할 때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 그라운드에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전달했었다. 선수가 판단하기에는 결과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 승패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다. 벤치가 함께 고민해서 판단하고 모든 결과는 감독이 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고 설명했다.

광주 |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